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안부라는 이름의 선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은의 길 위의 이야기] 안부라는 이름의 선물

입력
2014.10.22 17:44
0 0

이메일 폴더를 정리하다가 올 봄에 온 편지를 우연히 다시 읽게 되었다. 독일에 머무르고 있는 허수경 시인의 편지였다. “나는 그동안 여전히 번역과 내 글쓰기의 미로를 헤매었고 책상 앞의 황무지와 창밖의 그리움에 시달렸고…” 그녀의 편지를 읽다가 목울대가 뜨거워졌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부르고 말았다. “누나…” 몇 년 전, 허수경 시인을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대선배를 독대하는 어려움과 오래 짝사랑해오던 사람을 마주하는 겸연쩍음이 공존하던 자리였다. 몇 시간 만에 선생님은 선배님으로, 선배님은 마침내 누나가 되었다. 누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이 절로 풀어지게 만드는 사람. 풀어진 마음이 절로 쓰이게 하여 이따금 안부를 묻게 만드는 사람. 안부를 묻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안부는 마치 선물처럼, 건네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가슴 뛰는 일이다. 예상치 못했을 때 받는 안부는 뜻밖의 선물처럼 더 기쁘다. 누나의 편지를 마저 읽는다. “네 생각을 할 때마다 참 좋다. 이건 시인들끼리 하는 말, 참 좋다, 야…” 안부를 묻는 일은 그런 일일 것이다. 내가 당신이라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수줍게 고백하는 일. 그래서인지 잘 전한 안부에는 마음결이 느껴진다. 수경 누나가 독일로 돌아간 지 어느덧 3년이 다 되어간다. 누나에게 얼른 편지를 써야겠다. 안부를 전해야겠다. 독일에서 선물을 열어볼 누나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기를. 그 장면을 상상하는 지금이 내게는 더없이 값지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