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등 민간 문화예술 지원, 수도권ㆍ하드웨어에 편중
장르별 지원금 편중도 심각
올해 국정감사에서 문화예술 분야는 ‘편중’과 ‘불균형’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은 것은 ‘나눔티켓(저소득층의 공연관람 지원제도)’ 이용이 수도권에 편중됐다는 점이었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2~2014년 나눔티켓 이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이용률이 90%가 넘은 반면 지방은 10%에도 못 미쳤다. 그마저도 4, 5%의 이용률을 보인 부산을 제외하면 12개 광역시의 나눔티켓 이용률을 모두 합쳐도 5%가 채 안 되는 실정이다.
지방의 나눔티켓 이용률이 낮은 까닭은 ▦지방자치단체 재정 부족 ▦공연단체의 기부 부족 등 복합적인 이유가 얽혀있지만 근본 문제는 공연ㆍ전시 시설 등 문화 관련 인프라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민간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인프라 확충에 대한 지원이 콘텐츠 개발ㆍ예술교육 등에 대한 지원보다 월등히 많다. 한국메세나협회가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기업의 문화예술지원현황을 분석한 결과 공연장ㆍ갤러리ㆍ박물관 등 인프라에 대한 지원이 약 9,600억원으로 전체 지원금의 35.6%를 차지했다. 두 번째로 지원을 많이 받은 미술ㆍ전시 분야(21.3%)에 비해 14%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쉽게 말하면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 확보에 더 많은 힘을 쏟은 것이다. 이처럼 전체 인프라가 점점 늘어나는데도 나눔티켓 이용률이 수도권에 편중됐다는 것은 그만큼 민간기업의 인프라 지원이 수도권에 집중됐다는 뜻이다.
문화ㆍ예술계의 편중현상이 지역 불균형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장르별 편중도 심각한 수준이다. 메세나협회에 따르면 장르별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분야는 미술ㆍ전시로 약 5,746억원(전체 지원금의 21.3%)의 지원금이 투입됐다. 이는 음악, 연극, 뮤지컬 등 공연예술 장르 전체를 합친 금액(약 5,600억원ㆍ20.4%)보다 많다. 공연예술 장르 내에서도 서양음악에 대한 지원이 약 3,360억원으로 ▦연극(약 599억원) ▦뮤지컬(약 553억원) ▦무용(약 437억원) ▦국악(약 283억원)보다 월등히 많았다.
문화와 예술은 다양성을 담보할 때 생명력을 얻는다. 특정 지역 또는 특정 장르로 획일화한 지원과 정책은 그래서 장기적으로 문화의 생명력을 갉아먹는다. 얼마 전 취재차 지방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인터뷰를 하기로 한 연극배우에게 극장의 위치를 물었더니 “어차피 이 지역에서 연극극장은 하나 밖에 없으니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다 알려 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문화편중 현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상징적인 말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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