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만 등 해외 10여 개국에 배를 수출하는 농산물 수출업체 대표 A(50)씨는 지난해 원ㆍ달러 환율 폭락으로 7,000만원 넘게 손해를 봤다. A씨는 보통 배 수확철인 10월쯤 외국 수입업체와 계약을 맺고 이듬해 초 물건을 넘긴 뒤 6월까지 대금을 나눠 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계약 당시 1달러당 1,100원대였던 환율이 대금 수령 시점인 올해 6월에는 1,000원대 초반까지 폭락을 해서 큰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나마 1달러당 20원 이상 80원 미만까지 환율 하락에 대해 보상(총액 최고 3,000만원)해주는 정부지원 부분보장 옵션형 환 변동 보험을 가입해뒀던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최근 엔저(低)등 영향으로 환 변동에 따른 수출업체들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규모가 큰 수출기업은 환헷지 기법을 이용해 나름대로 위험을 관리하고 있지만 영세한 농식품 분야 수출업체들은 환 변동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농식품 수출업체 9,133곳 가운데 환 변동 보험에 든 업체는 429곳(9월 기준)으로 4.7%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자발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업체는 72곳 밖에 되지 않는다. 농식품부는 연간 수출액 5만 달러 미만 업체에 대해서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업체들을 자동으로 무상 보험에 가입시켜주는데 이렇게 가입한 업체가 357곳이기 때문이다.
사실 환 변동 보험은 정부 지원이 90%이기 때문에 업체 부담은 미미하다. 현재 부분보장 옵션형 환 변동 보험의 경우 1달러(100엔)당 보장금(20~80원) 한도에 따라 수출액의 0.02~0.08%를 보험료로 낸다. 1달러당 80원을 보장받는다고 하면 연간 수출액 10억원 업체를 기준으로 보험료는 80만원이다. 하지만 보험료 중 90%를 정부가 지원해 주기 때문에 업체가 부담하는 돈은 연간 8만원 정도다. 게다가 환율이 오를 때 수출업체가 누리는 환 이익에 대해서는 환수금을 요구하지 않아 수출업체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별로 없다. 농식품부는 올해 1월부터는 환율 하락시 3,000만원 한도에서 보험금 지급 제한이 없는 완전보장 옵션형 환변동 보험도 내놨다.
정부가 예산을 들여 이 같은 혜택을 주는 이유는 농식품 수출업체 대부분이 소규모이다 보니 스스로 환 헷지를 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해 수출액 1만 달러 미만인 업체(3,000여 곳)와 10만~100만 달러인 업체(2,000여 곳)가 수출업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런 환 변동 보험을 이용하는 업체는 극히 드물어 정부는 환변동 보험을 위해 준비해둔 올해 예산 24억원 중 7억8,000만원 밖에 집행하지 못했다. 농식품부는 ▦농식품 수출업체들이 환 변동 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한데다 ▦매번 보험을 신청하기 위해 무역보험공사 사무실을 찾아가는 것이 번거로워서 환 변동 보험 가입을 기피하는 것으로 보고 추가 지원 대책까지 내놨다.
농식품부는 이날 현행 90%인 보험료 지원을 95%까지 늘리고, 앞으로 인터넷 및 우편으로도 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도는 갖춰 놨는데 농식품 수출업체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아 안타깝다”며 “현장 설명회 등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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