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작곡가 5명, 1분30초짜리 곡 써
30일 범음악제서 추모 연작 무대
"매년 같은 주제로 곡 써 나가겠다"
한국 현대음악의 산실인 범음악제(Pan Music Festival)가 42회째를 맞는다.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한국위원회가 동시대 국내외 클래식의 최신작을 소개하기 위해 만든 국제행사다.
불혹의 나이를 막 지난 범음악제는 한국에서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비극을 못 본 체 하지 않기로 했다. 28~30일 개최되는 올해 행사의 마지막 순서에 ‘세월호 추모 연작’ 연주 무대를 마련해 예술의 이름으로 옷깃을 여미고자 한 것이다.
30일 오후 7시 30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대성당에서 열리는 ‘세월호 추모 연작’ 무대에서는 주최 측이 신예 작곡가 5명에게 위촉한 곡이 공연된다. 신예라지만 개인적으로 보자면 줄잡아 30년 이상 작곡을 해 온 사람들이다. 곡은 소편성 관악 협주곡 형식으로 각 1분30초라는 시간 제한을 두었다. 객석은 모두 합쳐 7분 30초 동안 슬픔의 진액만을 감상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젊은 작곡가들이 붙인 제목에서부터 처연함의 정서가 밀려온다. 김윤진의 ‘무언의 작별’, 황대순의 ‘심연’, 김보미의 ‘노란 그리고 하얀’, 우미현의 ‘진혼곡’, 최영미의 ‘…소서’ 등은 살아남은 자들에게 제목의 의미만으로도 강력한 환기 작용을 한다.
우미현씨는 “테크닉을 떠나, 영혼을 위로한다는 의미만 생각했다”고 ‘진혼곡’에 대해 말했다. 트럼펫, 호른, 트롬본, 튜바 등 네 금관 악기로 연주되는 우씨의 작품은 현대음악이 그렇듯 장ㆍ단조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대음악의 이론적인 면은 위로라는 당위 앞에서 일단 머리를 숙였다. 특정 주제 하의 극히 짧은 테마라는 요청의 무게가 현실적 이유였음은 물론이다. 그녀는 “갑작스레 닥친 비극의 정서를 공유하기 위해 화성적인 접근을 했다”며 “기억을 살려 매년 추모일이 올 때마다 같은 주제로 곡을 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염원을 담아 ‘…소서’라고만 제목을 단 최영미씨의 작품은 세월호 사건 보도를 처음 접했던 당시의 심정을 재현한다. 그녀는 “충격과 분노, 생환에 대한 염원이 전통 조성 체계를 떠난, 완전히 현대적인 선율을 재현했다”며 “심리적 움직임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앞으로 선보일 작품에서 이번 작품의 모티프를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한국에 사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을 오페라 ‘수수께끼 사랑’, 현대음악과 재즈를 혼용한 새 형식의 오페라 등 대중친화적인 작품을 구상 중이다.
백승우 범음악제 운영위원장은 “유학 갔다 와 5년 남짓 된 이들 신진 작곡가가 세월호 사건을 애도하고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주최 측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했다”며 “앞으로 신진 작곡가 발굴, 참여적 활동 강화 등 현대음악의 사회적 기능을 꾸준히 환기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8, 29일 공연은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진행된다. 범음악제 작품 공모에 선정된 국내 작곡가의 작품을 포함해 영국 작곡가 필립 그레인지의 ‘오마주 투 샤갈’(28일), 노르웨이를 기반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트리오 네오엔(29일)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