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로 떨고 있는 미국 뉴욕 한복판에 한반도가 발원지이며, 인체에 치명적인 유행성 출혈열을 일으키는 ‘서울한탄 바이러스’가 상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 컬럼비아대 전염병연구소를 인용, 뉴욕 시내 시궁창을 누비고 다니는 쥐에서 백신이 개발되기 전 치사율이 50%를 넘었던 서울한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뉴욕 중심가 맨해튼의 5개 장소에서 붙잡은 133마리 쥐를 조사한 결과, 5마리에서 문제의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서울한탄바이러스는 에볼라처럼 급작스런 고열과 신부전, 내부장기 출혈 증상을 일으켜 치사율이 50%에 달했다. 한국전쟁 당시 한반도 중부 한탄강 유역에 주둔한 많은 미군 병사들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당시에는 원인도 모른 채 숨졌다. 1976년 우리나라 이호왕 박사가 이 지역에서 포획한 들쥐에서 원인균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백신을 만든 뒤에는 치사율이 7% 미만으로 떨어졌으나 여전히 매우 위험한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WP는 “맨해튼 쥐에서 서울한탄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분자생물학적 분석에 따르면 이들 쥐에 바이러스가 옮겨 붙은 것은 아주 최근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서울한탄 바이러스는 그 동안 미국에서는 LA와 메릴랜드에서만 제한적으로 발병 사실이 확인된바 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이안 립킨 박사는 “매년 뉴욕에서는 음식으로 전염된 바이러스에 의해 210만건의 질병이 발병하지만, 쥐가 원인이 된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쥐들이 뉴욕 시민 가까이에 살고 있는 만큼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치명적인 다른 바이러스 전염병은 언제나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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