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발생 189일차, 승선자 476명 중 구조 172명, 희생자 294명, 실종 10명’.
해양수산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하루 두세 차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상황보고’라는 이름의 자료를 이메일로 배포합니다. 오전 7시와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조류와 기상, 희생자 및 유류품 수색 상황이 자세히 기록돼 있는데요. 이 자료는 출입 기자들은 물론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25개 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에 배포돼 정부 안팎에 수색 상황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습니다. 비록 현장과 떨어져 있지만 많은 이들이 A4용지 한장짜리 이 보고서를 통해 구조현황을 생생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22일 받아 본 보고(392보)에는 당연히 담겼어야 할 부분이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바로 ‘동절기 대비 작업방안 마련을 위한 장비기술 태스크포스(TF) 회의’ 내용입니다. 잠수부들이 선내를 일일이 손으로 더듬는 현행 수색방식이 사실상 일단락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와 실종자 가족, 전문가들이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던 걸 감안하면 의아했습니다. 또 지난 주 국정감사에서 “실종자 수색이 얼마나 더 걸릴 것 같냐”는 한 의원의 질의에 이주영 장관이 “며칠 정도”라고 답변해 적잖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작 보고에는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함정 27척 및 항공기 1대 동원 수색 ▦기상악화에 따른 작업바지선 피항으로 수중작업 미실시 ▦어선 285척 동원해 어구설치 ▦군ㆍ경ㆍ소방 등 인력 649명 동원 인근 도서 해안선 수색 등 계량적인 항목만 열거돼 있었습니다.
결국 TF 회의 내용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먼저 접할 수 있었는데요.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논의되던 ‘잭업바지선’을 통한 수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잭업바지선은 해저 4곳에 닻을 고정시킨 채 바지선과 세월호를 관으로 연결, 잠수부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혔지만 강한 유속 때문에 배가 조금씩 이동하는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서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선 것입니다. 더욱이 최근 민간 잠수부들도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고 밝히면서 구조 현장은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입니다.
해수부가 이런 현장 상황을 보고 내용에 의도적으로 담지 않은 것은 아닐 겁니다. 민감한 내용을 고스란히 전할 수 없는 경우도 있을 테고, 또 석 달 간 실종자 수습 작업이 답보상태에 머문 점도 한 요인일 테죠. 하지만 동원 인력, 선박, 항공기 등의 숫자만 다를 뿐 매번 거의 같은 형식으로 뿌려지는 자료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이번 주말이면 상황보고는 400보를 넘기게 됩니다. 남은 실종자를 전부 찾아 더 이상의 보고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 전까지 뿌려질 상황보고에는 현장 모습이 좀 더 충실히 담기길 바랍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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