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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금메달 딴 육상 김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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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만에 금메달 딴 육상 김순정

입력
2014.10.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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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정, 인천APG서 마침내 정상

앳된 고등학생이 40대 중년이 돼서야 국제 대회 정상에 올랐다.

뇌성마비 장애인 김순정(44)은 21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육상 필드 곤봉던지기 F31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곤봉던지기는 비장애인 육상의 해머던지기라고 볼 수 있다. F31은 뇌성마비 장애 가운데 가장 중증인 선수들이 부여 받는 등급이다.

28년 전 그저 ‘재미있겠다’싶어 운동을 시작한 김순정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를 앓았다. 부모도 그런 그를 거두지 않았다. 고아로 자란 김순정은 고등학생이던 1986년 장애인 전국체전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출전하고 싶다고 선생님을 졸라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김순정은 “제 몸으로 할 수 있는 종목이 많지 않아서 그때부터 육상 필드종목 선수로 나섰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순정은 우연히 시작한 운동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해 4위에 오르며 유망주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2002년 부산 아시아ㆍ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 은메달, 2011년 두바이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따냈다. 정상을 앞두고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국가대표에서 탈락하기도 여러 차례였다. 하지만 김순정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작년 국제 패럴림픽위원회(IPC) 세계육상선수권에서 F31 부문 세계신기록을 세웠지만 장애등급별로 가중 점수를 다르게 주는 규정에 따라 아쉽게 입상에는 실패했다.

김순정은 “따로 연습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활동보조인과 함께 동네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등을 찾아 다니면서 연습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부담이 돼서 소화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힘들었다. 제 기록만 나와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이제야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직도 신인의 마음”이라고 활짝 웃었다.

한편 한국 탁구의 박홍규(41)는 이날 송도글로벌캠퍼스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단식 TT6 준결승에서 북한의 전주현(28)과 맞붙었다. 장애인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의 남북 선수간 맞대결이 펼쳐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TT6는 서서 경기하는 선수들 가운데 가장 중증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이 포함되는 등급이다.

박홍규는 세트 스코어 3-1(11-5 6-11 11-4 11-4)로 승리를 한 뒤 전주현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다시 휠체어에 앉은 전주현 역시 박홍규의 손을 맞잡았고, 경기장을 찾은 북한 선수단과 관중은 박수로 두 선수의 치열했던 승부에 환호를 보냈다. 모두가 승자였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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