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출신 변호사나 대형 로펌도 승소율 5할 이상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수년 째 소송만 붙었다 하면 백전무패인 숨은 고수가 있습니다. 바로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입니다.
공정위가 다퉈야 하는 소송은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기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하는 행정 소송입니다. 매년 수십 건씩 제기되는 소송을 전부 직접 대응하는 것이 어렵겠죠. 그래서 공정위는 소송의 15% 정도는 직원들이 직접 변론을 맡고, 나머지는 변호사 등 외부 법률대리인에게 위탁을 합니다. 공정위가 2009년부터 법률 대리인들에게 들인 돈만 해도 60억원. 그런데 공정위 직원들이 직접 맡은 소송의 승률이 외부 전문가들에게 위탁한 소송의 승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일 공정위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9월말까지 공정위가 직접 소송을 수행한 건 가운데 36건이 법원 판결이 났는데요. 그 중 전부 승소는 34건, 일부 승소는 2건인데 패소는 한 건도 없습니다. 승소율이 100%인 거죠. 반면 같은 기간 법률 대리인이 맡은 소송은 195건 중 패소가 30건이나 됩니다.
왜 그런 걸까요. 공정위 직원들이 법률대리인보다 더 법적인 전문성이 뛰어난 걸까요. 신학용 의원실은 “공정위 직접 소송의 패소가 단 한 건도 없는 것은 사실상 공정위가 승소 가능성이 높은 사건만 골라서 맡았다는 증거”라고 해석합니다. 특히 직원들이 승소할 때마다 건당 20만~150만원씩 지급 받는 격려금이 쉬운 사건을 선호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겁니다.
공정위 측은 발끈합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격려금은 소송을 직접 수행하는 공무원이면 부처에 상관없이 모두 받는 돈”이라며 “공정위 직접 소송의 승률이 높은 이유는 승소 가능성과 예산 절약을 기준으로 아웃소싱 여부를 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승소할 것이 뻔한 소송마저 전부 다 법률 대리인에 맡기면 예산이 낭비된다는 거죠. 또 공정위 직원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부적인 내용이 쟁점이 되는 소송도 직접 수행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입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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