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발표" 국감서 밝혀, 업체 간 대화·모임 기록 등 명확한 담합 증거 제시 땐
소비자 연쇄소송 등 파장 예고… 금감원도 상황 파악 나서
시중은행들이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었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는 의혹에 대해 2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만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담합) 증거를 많이 확보했다”는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에 은행권은 물론, 금융당국까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2012년부터 진행 중인 CD금리 담합의혹 조사상황을 묻는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증거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그는 2년 넘게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배경에 대해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아서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며 “빨리 종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CD금리 담합의혹은 2012년 7월 공정위가 증권사와 시중은행을 전격 현장 조사하면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사건. 당시만 해도 대다수 변동금리 대출의 기본 금리였던 CD금리를 은행들이 입맛대로 정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자칫 금융권 전반의 신뢰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 조사를 계기로 CD 일변도의 금리 구조는 코픽스 등으로 다양화되는 등 시중금리 결정구조에 일대 변화가 일었다. 하지만 은행권은 “정부의 예대율 규제 탓에 CD 발행시장 자체가 위축돼 장기간 금리가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담합 사실을 부인해 왔고, 금융당국조차 암묵적으로 동의하면서 금융권에서는 ‘별 일 없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공정위가 오랜 침묵을 깨고 많은 증거를 확보했다고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되는 모습이다. 공정위가 은행들의 담합 사실에 명확한 증거를 제시할 경우, 추가 대출금리 부담을 떠안아 온 소비자들의 연쇄 소송이 불가피한 상황. 자칫 리보(국제 금융거래의 기준이 되는 런던 은행간 금리) 조작으로 글로벌 은행들이 미국과 유럽 당국으로부터 천문학적 벌금을 부과 받은 사태가 국내에도 재연될 수도 있다.
1차적인 관심은 공정위가 확보했다는 증거의 내용이다. 통상 공정위 담합조사의 증거는 업체 간 주고받은 대화와 모임 기록 등. 공정위는 2012년에 이어 지난 8월에도 은행들에 조사관을 파견, 서류 및 메신저, 메일 기록 등을 수집해 간 바 있다. 담합을 의미하는 직접 대화 내용이 밝혀진다면 은행권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노 위원장이 "조만간"이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발표시기는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 관계자는 “연내에 발표하려면 이미 심사보고서를 작성을 마쳤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가 아니어서 물리적으로 연내 발표는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긴장 속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A은행 임원은 “한국 금융기관의 금리 담합 사실이 알려지면 국가 신용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니 (위원장이) 심사숙고해 발언했겠지만 일단 담합을 한 적이 없는데 담합의 증거라는 게 무얼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노 위원장 발언 소식을 접하고 실무선에 즉각 상황 파악을 지시했다. 위원장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공정위는 해명자료를 통해 “위원장이 언급한 ‘증거’는 그간 조사 과정에서 수집한, ‘추가 검토가 필요한’자료”라며 “검토를 마치는 대로 신속히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담합 제재의 주무부처가 공정당국인 만큼 금융권 주장과는 별개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어떤 발표가 나와도 은행권의 맞소송 등을 감안하면 최종 결론까지는 상당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