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EU 각국과 철로로 연결… 삼면 바다 우리에겐 여건 안 맞아
지난해 민영화 논란 이후 정부가 철도산업 발전 방안으로 선택한 ‘독일식 모델’이 우리 여건과는 맞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독일과 다른 지리적 환경 등을 감안할 때 공기업(코레일) 지주회사가 서비스별로 자회사를 운영하는 방식을 직접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20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이 독일의 철도산업 체제와 우리 정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 계획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유사한 서비스가 공급되면 서로 비교하며 경쟁이 가능해진다는 ‘비교경쟁’ 논리로 독일식 철도구조개혁을 추진했다. 특히 독일이 동독과 서독의 국영철도를 통합해 지주회사 형태의 공기업인 독일철도주식회사(DB AG)를 설립했고 이를 지주회사로 전환, 각 사업부문을 독립시킴으로써 경쟁을 통해 흑자 구조로 전환했다는 게 정부 주장의 골자였다.
그러나 이 의원은 유럽의 한복판에 위치해 EU각국과 철로로 연결돼 있는 독일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와는 지리적 여건상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자국 내 철도 선로의 길이는 33,576km로 국토 면적 100km2 대비 10.1km이며 로텔담, 암스텔담, 함부르크 등 주변국 관문항과의 접근성도 뛰어난 편이다. EU 지역간 간선 철도의 대부분이 독일을 경유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여러 국가의 철도기업들과 경쟁을 통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또 철도운영과 건설을 분리하는 ‘상하분리’와 사업부 분리는 추진하되 국가가 철도 인프라를 소유하고 국영기업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삼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의 특성에 분단 현실로 인해 철도시장의 폭은 좁은 편이다. 우리나라 선로는 3,637km로 국토 면적100km2 대비 3.1km에 불과하다. 또 독일 철도시장의 경쟁이 타국과의 경쟁이라면 우리나라는 국내 노선 운영 중심 구조로 분사한 자회사와 경쟁을 해야 하는 ‘제 살 깎아먹기’ 구조라는 점도 지적된다. 이 때문에 독일식 모델을 벤치마킹 했지만 실제 효율성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전문가에게 의뢰한 방대한 분량의 자료 및 현장조사 결과에 대해 “규모의 경제를 무시하는 단순 분리와 경쟁은 ‘철도산업발전방안’이 아니라 ‘철도산업해체방안’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의원은 정부 방안을 민영화의 전단계 조치로 보고 “통일 이후 국제경쟁까지 염두에 두고 튼실한 공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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