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친구 고통 보며 개발 결심...가볍고 통풍성 좋아 운동할 때 적합
지난달 정부 혁신제품에 선정돼..."세상에 없는 제품 만들고 싶었다"
세계 최초로 천연 펄프 재질의 1회용 여성 브래지어를 개발한 박승미(43ㆍ경기 성남시 P컴퍼니) 대표는 16일 “여성의 건강과 자존심을 위해 세상에 없던 제품으로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박 대표가 이 제품 개발에 나선 것은 친한 친구가 유방암에 걸려 겪는 고통을 보면서다. 한쪽 가슴을 절개해 상실감에 빠진 친구는 무게 800g짜리 보형물을 달고 살아야 하는 신체적 고통까지 감내해야 했다.
이 브래지어는 무게 6g 정도의 종이로 만든 만큼 가볍고 통풍성이 좋다. 어깨 끈을 없애 신체를 인위적으로 옭아매지 않도록 했다. 1회용이어서 캠핑장에서나 운동할 때도 적합하다. 분리수거가 가능한 친환경이라는 장점도 있다.
간단한 듯 하지만 제품 제작은 만만치 않았다. 아이디어를 실현할 공장을 찾아 전국을 헤맸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어렵사리 공장을 찾은 다음에는 제작비가 발목을 잡았다. 제품을 찍는 금형 하나를 만드는 데에도 1,000만원 이상이 들었다. 그나마 제품화까지 무려 17번을 실패했다.
지난해 6월 18번째 금형에서 꿈에 그리던 제대로 된 모양의 제품이 나오자 박 대표는 가슴이 울컥했다. “제품 하나가 나오는데 40초가 걸리는데, 40분이 걸리는 듯 가슴을 졸였어요. 마치 셋째 아이를 낳는 심정이었습니다.”
펄프로 여성의 가슴 모양을 그대로 표현해 낸 기술은 박 대표만의 특허 기술이다. 17개의 실패작들과 금형은 사무실 한 쪽에 전시해 놨다.
반응도 좋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대한민국 미래혁신대상에서 혁신제품 부문에 선정됐고, 지난해와 올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중소기업 상품전에서도 극찬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기증했다. 저소득층과 해외 구호 단체에도 물품 기부를 계획 중이다.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만큼 이제는 제품을 알리고 판매망을 확보하는 게 과제다. “좋은 아이디어와 잠재력이 있는데도 주부, 엄마, 아내라는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해 용기 내 도전한다면 더 당당하고 훌륭한 엄마와 아내가 될 수 있습니다.”
글ㆍ사진=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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