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교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중 남긴 또 하나의 당부다. 예수회 한국관구장인 정제천(57) 신부가 이를 공개했다.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예수회센터에서 한 강연에서다. 정 신부는 교황이 8월 방한했을 때 누구보다 가까이서 수행하고 통역을 했다. 그간 언론과 접촉을 삼간 정 신부는 이날 이냐시오 성인과 교황의 공통점을 주제로 연단에 섰다. 예수회의 창립자 중 한 명인 이냐시오 성인은 가톨릭 개혁을 촉구한 영적 지도자였다.
정 신부는 “교황이 한국을 떠나기 전 하신 말씀 중 하나는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교회’가 되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늘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강조해왔다. 여기에 그들에게서 배우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충고를 더한 것이다. 빈자를 단순히 도울 대상으로만 보면 그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며 인간적 존중을 담아 대하면 그들에게서도 배움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 신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다가가 똑같은 한 형제로 그들을 대하라는 것”이라고 교황의 뜻을 풀이했다.
정 신부는 늘 ‘교회 밖으로 나가라’고 촉구한 교황의 속뜻에 대해서도 “자신의 문제에 매몰되지 말고 타인에게로 향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신부는 교황과 이냐시오 성인의 공통점을 ‘자기를 벗어나 예수를 중심으로 사는 이들’이라고 봤다. “교황과 함께 다니는 동안 항상 목에 걸고 있는 십자가를 만지시는 것을 봤다”며 “십자가를 만지는 묵상을 통해 자신이 한 개인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도임을 확인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심한 사랑의 실천’도 정 신부가 생각하는 교황과 이냐시오 성인의 닮은 점이다. 정 신부는 “이냐시오 성인은 작은 것부터 실천한 사람이었고 교황 또한 사랑에 디테일이 있는 분”이라며 “추상적인 사랑이 아닌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에서 교황을 만난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이호진씨가 갑작스레 세례를 요청했을 때 교황의 태도를 예로 들었다. “세례 요청을 받은 뒤 교황은 이호진씨에게 연락처를 줬는지 세심하게 챙겼다”며 “그런 모습에서 교황의 구체적 사랑의 실천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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