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마쓰시마 정치 자금 의혹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여성 활약 정책을 내걸고 임명한 여성 장관 2명이 정치 자금 의혹에 휘말려 개각 한달여 만인 20일 동반 사퇴했다. 2007년 제1차 내각 당시 장관들의 낙마 도미노가 아베 총리의 정권퇴진으로 이어진 전철이 재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세대 여성 총리감으로 지목되던 오부치 유코 경제산업장관은 이날 자신이 관여한 정치단체의 허위 회계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오부치 장관은 자신을 후원하는 정치단체가 개최한 공연관람회 참석자들이 낸 회비보다 많은 돈을 행사집행비로 사용,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 휘말렸다. 그는 정치자금으로 자신의 형부가 운영하는 의류 및 잡화점에서 362만엔어치를 구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인 오부치 장관은 부친의 급사로 26세에 선거구를 이어받아 중의원에 당선, 34세에 일본 최연소 장관을 지냈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활약하는 여성상’의 상징으로 오부치 카드를 내걸었지만, ‘정치와 돈’문제로 오히려 아베 총리의 발목을 잡게 됐다.
오부치와 함께 아베 총리가 등용한 마쓰시마 미도리 법무장관도 이날 지역구 축제에서 주민들에게 부채를 나눠준 것이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는 야당의 추궁에 결국 사임했다. 신임 경제산업장관은 미야자와 요이치 참의원이, 법무장관은 가미카와 요코 중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아베 총리는 1차 내각(2006년9월~2007년9월) 당시 정부 보조금을 불법 수령한 엔도 다케히코 농림수산장관을 비롯, 1년사이에 장관 5명이 차례로 사임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정권에서 물러난 경험이 있다.
일본 언론은 “여성 장관 2명이 이날 동시에 물러난 것은 각료 사임 도미노가 재현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아베 정권의 노림수”라고 전했다.
아베 정권의 잇단 악재에 교도통신이 18, 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40%대로 하락했고, 이날 여성 장관의 사임으로 지지율 추가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