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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소리를 만들어 드립니다

입력
2014.10.2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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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음을 만들기 위해 소리를 연구하는 사람은 길거리를 지나가다가도 소리를 만들어낼 도구들을 찾아낸다. 애써 찾기보다는 숨겨진 소리가 그의 발을 건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재활용품 같은 것들이 눈에 띄면 그 앞을 그냥 지나가지 못한다. 버려진 것들로부터 만들어지는 근사한 소리의 지도가 그에게는 있는 것이겠지. 물보다 글리세린이 눈물 같아 보이고, 콜라보다 간장물이 더 청량감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비 오는 소리는 콩 터는 소리로 만들어진다. 근사한 소리의 원형을 만들어내기 위해 비닐이 구겨지고 깡통이 찌그러진다. 빨래판이 긁히면서 두꺼운 책장이 넘어가면서 그럴듯한 소리가 만들어진다.

예전에 물맛을 감별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사람도 본적이 있다. 생수의 브랜드를 척척 알아맞히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물과 흰 빵만 먹으며 혀를 벼렸다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한 가지에만 몰두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뭐랄까 인생을 단순하고 그럴 듯하게 만드는 것 같다. 하나만 잘해도 된다는 것이 아니다. 단 하나를 위해 다른 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용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존경심이 생긴다. 연구에 몰두하다 파자마 차림으로 강연을 가거나 실험실에서 샌드위치 대신에 슬리퍼를 씹었다는 과학자들에 의해 인류는 조금 더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 걸음을 신중하고 어렵게 떼는 사람들에게 웃음 대신에 격려를! 진심 어린 박수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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