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베스트셀러는 마약...추구하지 말라" 출판계의 거목 60년 발자취 한눈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베스트셀러는 마약...추구하지 말라" 출판계의 거목 60년 발자취 한눈에

입력
2014.10.20 13:44
0 0

이기백의 '한국사신론' 등 각 분야 2500여종 양서 출간

10주기ㆍ창업 60주년 맞아 시대별 책ㆍ출판 풍경 등 소개

출판사 일조각을 설립해 출판 외길을 걸은 한만년(1925~2004). 열화당책박물관 제공
출판사 일조각을 설립해 출판 외길을 걸은 한만년(1925~2004). 열화당책박물관 제공

이기백의 '한국사신론' 1967년 초판본.
이기백의 '한국사신론' 1967년 초판본.
일조각에서 나온 '문학과 지성' 창간호.
일조각에서 나온 '문학과 지성' 창간호.

“좋은 책을 만들어라. 잘 만든 뒤에는 자존심을 갖고 팔아라. 베스트셀러는 마약과 같은 것이니 추구하지 말라.”

학술 출판의 명문 일조각을 창업한 한만년(1925~2004)의 출판철학이다. 그는 ‘많이 팔리는 게 곧 책의 가치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라는 신념으로 ‘안 팔리는 책’을 고집했다. “인문ㆍ사회과학 분야의 좋은 책을 만들려면 편집자의 눈높이가 필자와 같거나 오히려 더 높아야 한다”며 편집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보기 드문 집념과 철학으로 펴낸 일조각의 책은 올해로 55회째인 한국일보 제정 한국출판문화상에서 17종(저작상 16종, 제작상 1종)이 상을 받아 단일 출판사로는 가장 많다.

그의 10주기와 일조각 창업 60주년을 맞아 한만년과 일조각이 한국 출판문화에 남긴 업적을 돌아보는 전시가 파주출판도시의 열화당책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1953년 설립 이래 최근까지 일조각이 낸 책을 시대별로 소개하고, 한만년과 당대의 출판 풍경을 사진과 자료 중심으로 보여준다. 12월 26일까지 전시한다.

일조각 책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면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은 책은 1967년 나온 이기백의 ‘한국사신론’이다. 기존의 일본식 자국사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세계사 속의 한국사를 표방한 책이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사신론’의 다양한 판본을 볼 수 있다.

일조각은 학술지와 문예지 출판에도 큰 자취를 남겼다. 국내 양대 문예지인 ‘창작과비평’과 ‘문학과지성’이 시기는 다르지만 모두 일조각에서 나왔다. ‘창작과비평’은 1967년 제 2권 제 4호(겨울호)부터 1969년 제 4권 2호(여름호)까지, ‘문학과지성’은 1970년 창간호부터 1977년 27호까지 한만년이 제작과 발행을 맡아 자립할 때까지 묵묵히 후원해 주었다. 1973년 창간한 ‘어문연구’는 1990년 제 18권 4호까지 일조각에서 내다가 이후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 직접 발간하고 있다. 1987년에는 이기백과 의기투합해 반년간지 ‘한국사시민강좌’를 창간했다. 이 학술지는 2004년 한만년과 이기백 두 사람이 작고한 뒤에도 계속 나오다가 2012년 50호를 끝으로 종간됐다.

한만년은 평생 출판인으로 외길을 걸으면서 한국학 관계 도서 1,500여 종을 포함해 역사학, 사회학, 법학, 의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2,500여 종의 양서를 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을 여섯 차례나 맡아 출판업의 면세, 저작자의 원고료와 인세에 대한 소득세 면제를 관철했고 출판계의 숙원이던 출판문화회관을 짓기도 했다. 현재 일조각은 그의 둘째 며느리 김시연 대표가 맡고 있다.

열화당책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한국출판문화사를 돌아보는 전시를 꾸준히 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일조각보다 더 오래된 출판사인 을유문화사(1945년 창립)와 정음사(1928년 창립)를 조명할 예정이다. 을유문화사는 지금도 책을 내고 있지만 정음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사세가 기울어 출판사 판권과 사옥이 비출판인에게 넘어갔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