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겨냥 고급화 전략 성공… 대졸자 월급 수준 가격에도 불티
경기둔화 극복 위해 패션을 넘는다… 현지 기업과 레저사업 투자도
이랜드가 중국시장에 진출한 지 벌써 20년. 중국에 나간 국내 패션기업으론 가장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랜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중국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일궈 내기 위해 철저한 현지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 4년간 이랜드의 중국사업을 총 지휘한 후 현재 이랜드의 의류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랜드월드 대표 최종양(52ㆍ사진) 사장으로부터 20년간의 중국 현지화 사업 성과와 향후 10년의 미래사업에 대해 들어 봤다.
-지난 20년간 중국에서 사업 성과를 높일 수 있었던 비결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이랜드 브랜드의 고급화 전략이다. 한ㆍ중수교 2년째인 1994년 상하이에 생산지사를 설립한 이랜드(중국명 이리엔ㆍ衣戀: 옷을 사랑한다는 뜻)는 첫 브랜드 론칭 이래 현재 249개 도시, 1,070개 백화점과 쇼핑몰 등에 7,0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에서 이랜드는 우리나라로 치면 명품 수준의 브랜드 마케팅전략을 펼쳤다. 이를 위해 백화점 입점 원칙을 고수했고 그 결과 현지 중상류층에 인기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그 위상을 다졌다.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여성복‘스코필드’는 모직코트 한 벌에 4,000위안(65만원), 다운재킷 3,500위안(57만원)으로 현지 대졸 직장인 한 달 치 월급수준이지만,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 브랜드다. 고급화 전략이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변모한 중국 의류 소비 경향과 맞아떨어진 셈이다. 최근 중국 경기 둔화로 많은 기업이 고전하고 있지만, 중국이랜드는 저효율 매장과 경쟁력 없는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하고, 신규 SPA 사업을 확대하는 등 선제적 대응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증가한 2조4,000억원, 올해는 3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랜드만의 현지화 비결은 무엇인가.
“중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위해 중국이랜드 패션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엔 디자이너만 200명이 넘는다. 초기 디자이너들이 상하이 중심가에서 현지인들의 의상을 촬영해 자료를 수집하던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사복 경찰들을 촬영하다가 연행돼 조사를 받기도 했고, 아동복 시장조사를 위해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촬영하다가 유괴범으로 오인받아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그만큼 현지화 작업은 어려웠다. 영업직원들은 처음 입점하려는 백화점 관계자를 만나려고 한 달간 매일 아침 찾아가 직접 출근길 빌딩 문을 열어 주기도 했고, 임직원들은 자녀를 인민학교에 보내며 현지인들과 똑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며 중국을 몸으로 체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철저한 현지화에 입각해 중국인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지만, 정말로 중국인이 되어 보지 않는 한 현지화를 100% 이루기란 어려운 일이다.”
-수익의 10%를 기부하는 등 중국에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도 펼쳤는데.
“중국 이랜드가 2002년부터 지금까지 중국에 기부한 사회공헌 기금은 총 955억원이다. 매월 전 직원이 나병환자 돌보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랜드로부터 장학금 혜택을 받은 중국학생이 누적 1만명을 돌파했다. 투명하고 정직한 경영철학을 내세워 중국 정부와 두터운 신뢰를 구축했고, 이런 기업 이미지를 바탕으로 중국 관계자들과 접대 없는 올바른‘꽌시(관계)’도 맺었다. 2년 전 상하이시에 2,200억원을 납세해 민항구 1위 납세 기업으로 표창도 받았다. 또 연간 5,000명 이상의 중국인을 채용하고, 지난 12년간 중국의 우수직원 300여명을 선발해 한국 언어 연수를 보냈다. 중국이랜드는 중국기업이다.”
-글로벌 SPA 업체들의 기세가 워낙 높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지난해부터 SPA브랜드인 스파오, 미쏘, 후아유 등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 과정을 통해 중국 고객들이 좋아하는 색상, 패턴, 피팅감 등 패션선호를 너무도 잘 안다는 점과 중국 굴지의 유통그룹들과 오랜 신뢰관계로 탁월한 네트워크를 가진 점은 다른 글로벌 SPA 브랜드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랜드는 현재 80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내년엔 상하이 등 일부 도시에서 벗어나 내륙도시로 확장, 40여개 점을 추가 오픈할 예정이다. 이랜드는 중국시장을 넘어 대만, 홍콩,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으로 먼저 진출한 뒤 글로벌 SPA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
-기존의 프리미엄 브랜드전략은 포기하는 것인가.
"아니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기존의 고가 전략을 유지해 나간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인 벨페와 만다리나덕, 코치넬레 등을 인수해 중국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고, 이를 통해 현지 고급 패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다만 프리미엄 전략에 하나를 더 추가해 급팽창하고 있는 SPA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일종의 투트랙 전략으로 이해해 달라."
-이랜드가 패션을 넘어 지난해부터 외식 브랜드 진출에 이어 레저와 문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데.
“중국에서 20년간 사업을 하다 보니 끈끈한 인맥도 구축하게 돼 현재 1,000만여명의 VIP 고객과 50여개의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 그룹을 보유할 만큼 이랜드는 이른바 ‘중국통 기업’이 됐다. 최근 중국의 완다그룹과 레저사업에 대한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투자합의서는 리조트, 호텔 및 테마도시 등 이랜드가 추진 중인 레저사업에 대해 완다그룹이 투자하는 형식이다. 이랜드는 중국 관광객뿐 아니라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한 테마파크를 구상하고 있다. 쇼핑뿐 아니라 외식과 문화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사업이다. 이랜드가 보유한 여러 브랜드들과 호텔리조트 사업, 외식 사업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사업을 구상 중이다.”
장학만 선임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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