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실제보다 1%p 이상 높아, 내년 전망치도 주요기관 중 최고
2.5~3.5% 물가목표치에 연연, 저물가 기조 불구 무리하게 맞춰
물가 관리 당국인 한국은행의 물가 전망치가 실제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상황이 3년째 반복되고 있는데도 내년 전망치 역시 주요 기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은의 예측력 부재 논란에 더해 물가 전망에 편향적 요소가 개입하고 있다는 의심까지 낳고 있다.
한은은 지난 15일 발표한 올해 마지막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측치를 1.4%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당초 전망치 2.5%에 비해 1.1%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당초 전망치부터가 기획재정부(2.3%), 한국개발연구원(KDIㆍ2.0%), LG경제연구원(2.0%)보다 높았던 터라 실제값과의 오차 또한 최고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한은의 물가전망 오류는 심각한 수준이다. 2012년에는 전망치가 실제값보다 1.2%포인트 높았고 지난해에는 그 차이가 1.4%포인트에 달했다. 2009~2011년 오차값이 0.5%포인트 미만이었던 것에 비춰볼 때 전망 능력이 급속히 떨어진 셈이다. 한은의 물가 예측력 저하는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7일 한은 국감에서 국내외 주요 기관 10곳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비교한 자료를 제시하며 “2011년만 해도 10개 기관 중 2번째로 정확한 전망을 내렸던 한은이 2012년 5번째, 지난해엔 8번째로 부정확한 전망을 내렸다”고 질타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은 15일 경제전망에서 내년 물가상승률을 2.4%로 전망, 재차 예측력 부재 논란에 휩싸였다. 이 같은 전망치는 현대경제연구연(1.9%), LG경제연구원(2.2%), 국회예산정책처(2.3%) 등 지금까지 나온 다른 기관 전망치와 비교할 때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분기별 수정 경제전망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거듭 하향 조정하는 한은의 최근 행태가 내년에도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은의 물가 전망이 번번이 빗나가는 이유로 경기 전망 능력 악화가 먼저 꼽힌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9일 “한은을 포함한 예측기관들이 글로벌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면서 최근 3년 동안 정확한 물가상승률 전망에 실패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물가 관리 당국으로서 관련 업무에 가장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는 한은의 전망치가 심각한 오차를 보인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경제적 요인’의 개입이 전망의 정확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 또한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특히 한은이 2.5~3.5%로 설정한 중기 물가안정목표에 연연하는 나머지 저물가 기조에도 불구하고 물가전망치를 물가안정목표치 하단(2.5%)에 무리하게 맞추려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기준금리를 연속해서 내리면서 물가상승률 목표는 높게 유지하는 일관성 없는 태도는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물가 기조가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중단기적 물가 목표를 고수하며 인플레이션 억제에 집중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성태 책임연구원은 “물가안정목표제는 물가는 높고 성장은 낮았던 예전 시대의 정책적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현재의 저물가 현상은 물가안정 정책의 결과라기보다 노령화 및 저성장에 따른 기조적 변화”라며 “한은이 향후 예상되는 디플레이션에 적극 대응하려면 물가안정목표제를 폐기하고 금융안정 내지 거시경제 안정을 통화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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