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에 처음 선 포스트시즌 타석
NC 두번째 투수 웨버의 공 통타
3점 홈런으로 팀 승리 일등공신
LG, 준PO 1차전 기선제압
LG 포수 최경철(34)이 ‘만년 백업’ 설움을 토해내는 통쾌한 한 방을 날렸다.
최경철은 1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에 8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3-0으로 앞선 1회 2사 1ㆍ2루에서 왼쪽 담장을 넘기는 3점포(비거리 115m)를 터트렸다.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타석을 홈런으로 장식한 최경철은 1차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첫 타석부터 홈런을 친 선수는 최경철이 12번째다.
LG는 최경철의 홈런을 발판 삼아 13-4 완승을 거뒀다. 1차전을 가져간 LG는 82.6%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을 잡았다. 1989년 시작한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지난해까지 23차례 치러지는 동안 1차전을 이긴 팀이 19차례 시리즈 승리를 가져갔다.
2004년 SK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최경철은 9년 가까이 2군에 머문 무명 선수였다. ‘포수 왕국’으로 불리는 SK에서 별다른 기회를 잡지 못한 그는 2012년 넥센을 거쳐 지난해 LG에 둥지를 틀었다. 팀은 옮겼지만 여전히 그의 자리는 만약을 대비하는 ‘백업’이었다. 올 시즌 연봉도 5,000만원에 불과했다.
늘 팀 내 입지는 불안했으나 최경철은 포기를 몰랐다.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을 하고 항상 밝게 웃으며 투수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올 시즌 그토록 기다렸던 기회가 왔다. 현재윤과 윤요섭의 연이은 부상으로 주전 마스크를 썼다.
최경철은 자신의 장점인 수비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정교한 송구와 빼어난 블로킹 능력이 그것이다. 출전 횟수가 늘면서 약점으로 꼽히던 공격력도 살아났다. 시즌 타율은 2할1푼4리에 그쳤지만 만루에서는 4할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찬스에 강했다. 지난 7월23일 광주 KIA전에서는 데뷔 첫 만루 홈런을 쏘아 올렸고, 올해 올스타전을 처음으로 경험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경철은 이날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생애 최고의 날을 보냈다. 3-0으로 앞선 1회 2사 1ㆍ2루 기회에서 일찌감치 강판 당한 이재학 대신 올라온 웨버를 상대로 좌월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최경철은 2005년 SK 시절 준플레이오프 때 교체 출전한 적이 한 차례 있었지만 타석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타석부터 시원한 대포를 가동한 최경철은 안정감 있게 투수를 리드하며 팀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최경철은 경기 후 “주자가 있었고 타격감도 나쁘지 않았다”며 “안타 하나 치겠다는 생각으로 나갔는데 운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기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홈런이라 더욱 좋았다”면서 “처음엔 파울인줄 알고 그냥 서 있었다. 홈런을 치고 만세를 불렀는지도 모르겠다”고 활짝 웃었다.
반면 NC는 1회부터 6점을 헌납한 탓에 기 싸움부터 밀렸다. 특히 LG전에 4승1패 평균자책점 2.59로 잘 던졌던 이재학이 일찌감치 무너진 것이 뼈아팠다. 또 선발 요원 웨버를 급하게 당겨 쓴 탓에 남은 시리즈 투수 운용에도 차질이 생겼다. 웨버는 4.1이닝 동안 3실점(2자책) 했고, 총 72개를 던졌다. 김경문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던 중견수 이종욱-우익수 나성범 카드 역시 실책이 쏟아져 실패로 돌아갔다.
양팀의 2차전은 20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LG와 NC는 각각 2차전 선발로 리오단과 찰리를 예고했다.
창원=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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