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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동아시아 발전모델: 과거, 현재, 미래

입력
2014.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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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은 그 동안 공통적인 경제발전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동아시아 발전모델’이라 부른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동아시아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경제적 성과가 눈부셨다.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발전국가가 산업정책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동 하였다는 점이다. 발전국가란 정부가 경제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국가 유형이다. 이는 총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케인즈주의적 개입국가와 다르다. 작은 정부, 큰 시장을 지향하는 신자유주의적 국가와도 다르다. 또한 소득재분배를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복지국가와도 구분된다.

발전국가는 강력한 산업정책을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하였다. 산업정책은 국가가 전략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기업들의 투자를 조정하고 재정금융정책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정책은 필연적으로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강한 개입과 규제를 수반하였다. 특히 금융시장에 대해 강력한 통제가 이루어졌다. 금융억압이 이루어졌다. 금융은 산업자본의 투자활동을 뒷받침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하였다. 금융은 산업자본에 종속되어 있었다. 일본에서는 주거래은행(메인 뱅크)을 통해 한국에서는 정책금융을 통해, 중국에서는 국영은행의 국가금융을 통해 기업에 장기 저리의 대출을 해주었다.

대외적으로는 전략적 개방 정책을 실시하였다. 유치산업 보호와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완전한 개방도 아니고 완전한 폐쇄도 아닌 전략적 개방 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아울러 강한 자본통제를 하고 있었다. 엄격한 외환관리가 이루어지고 단기국제자본에 대한 강한 통제가 이루어졌다.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또 다른 특징은 기업집단(콩글로머레이트)이 국민경제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본은 게이레츠가, 한국은 재벌이, 중국은 국영기업(SOE)이 기업집단으로서 국민경제의 중추산업을 장악하고 있었다. 노동시장에서는 종신고용제도와 연공임금제도가 관행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는 일본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나타났다. 폐쇄적인 기업내 노동시장 즉 내부노동시장이 정착되어 있었다. 노조도 산업별이 아니라 기업별로 조직되어 있었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는 동아시아 발전모델은 1990년대에 들어와 큰 전환이 이루어진다. 일본은 1991년 거품 붕괴 이후,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국도 1990년대 일련의 시장화 개혁 조치 이후 자신들의 발전모델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전환 과정에 나타난 주요 경향은 시장화, 민영화, 자유화, 유연화라 할 수 있다. 시장화와 민영화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이행중인 중국에서 폭 넓게 나타났다. 일본과 한국에서는 금융 자유화와 노동시장 유연화가 폭 넓게 나타났다.

주가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기업 경영 전략이 되고, 주주만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가하는 주주자본주의 요소가 도입된다. 국영기업의 민영화,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완화, 감세와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도입된다. 영미형 발전모델의 요소들이 동아시아 발전모델에 도입되어, 동아시아 발전모델은 하이브리드화 된다.

발전국가가 후퇴하고 산업정책은 포기된다. 금융이 자유화되고 금융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종신고용제도가 무너지고 연공임금 대신 성과급이 확산된다. 비정규직 비중이 크게 높아진다.

이러한 발전모델 전환의 결과 일본과 한국에서는 경제성장 동력이 둔화되고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된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하였고 한국에서는 저성장과 심각한 양극화가 나타났다. 중국은 높은 소득불평등과 심각한 환경오염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하여 현재 동아시아 발전모델은 지속 불가능한 발전모델이 되어 버렸다.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새로운 동아시아 발전모델을 정립하는 것에 한, 중, 일 3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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