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야외공연장 환풍구 추락 참사는 우리가 여전히 안전후진국에 살고 있다는 것을 여실이 보여주었다. 세월호 참사 6개월이 지났는데도 안전에 관한 한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음을 새삼 깨닫게 했다. 입으로는 끊임없이 안전이라는 말을 외쳐왔지만, 그 모든 것이 의지가 담기지 않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했던 셈이다.
대형참사는 한두 가지 원인이 아니라 수많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해서 일어난다. 판교 참사도 야외공연장에 대한 안전규정 미비, 환풍구 설치 기준 부재, 주최측의 안이한 안전관리, 관람객의 안전불감증이 한꺼번에 겹쳐 발생했다. 이 가운데 한가지 만이라도 원칙과 규정대로 됐어도 참사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야외공연장에 안전요원이 제대로 배치돼 질서 유지에 신경을 썼더라면, 환풍구 덮개가 하중을 충분히 견딜 수 있게 설계됐더라면, 관람객들이 “위험하니 내려오라”는 사회자 지시에 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탄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5월 8명이 숨지고 61명이 부상한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 수사결과 “발주에서 시공까지 법규를 어기고 안전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학생 등 10명이 사망하고 204명이 다친 지난 2월의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도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관련 재판에서 법원은 “건축물 설계, 시공, 유지, 관리 각 단계에서 각자 주의의 의무를 다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였다”고 판단했다.
사고는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이다. 참사가 터진 뒤 뒤늦게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찾아 처벌한들 아까운 생명이 되돌아오지 않는다. 애초에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다중시설을 설계ㆍ시공하고 관리하는 담당자는 물론이고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안전 의식과 그 실천에 철두철미해야 한다.
국민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대형 참사에 어느 때보다도 불안해하고 있다. 주변에서 조금만 굉음이 울려도 심장이 떨린다며 안절부절 하는 게 요즘 현실이다. 심지어 “대한민국은 참사공화국이냐”“도대체 참사의 끝은 어디냐”고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 형 참사를 뻔히 눈 뜨고 지켜봐야 하는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스스로의 안전의식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성찰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전국에 산재한 위험시설을 점검하고 국민에 안전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민ㆍ관을 막론하고 사회 전반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야 말로 각종 참사의 근원임을 명심해야 한다. 부디 이번에는 후진적 안전사고에서 벗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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