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가린 사진이더라도 본인 식별 가능성이 있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부(부장 김익현)는 프랑스 남성 A(31)씨가 “초상권을 침해 당했다”며 인터넷 동영상 강의업체 B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B업체는 2012년 5월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A씨의 사진에, 유료 사이트에서 다운받은 다른 백인 남성의 얼굴을 합성해 영어회화 광고에 사용했다. 가슴에 한글로 ‘외국인’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A씨의 모습에 “외국인이 말 걸면 도망가니?”라는 문구가 실린 광고였다. 무단 사용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업체에 항의해 광고를 중단시킨 후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광고에 게재된 사진과 원고와의 동일성 식별이 곤란해 초상권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얼굴 외에는 A씨의 사진이 그대로 사용돼 체격이나 머리카락 및 옷차림 등을 통해 A씨로 특정될 수 있다”며 “변형되지 않은 (사진의) 나머지 부분 및 주위 사정 등을 통해 사회 통념상 원고로 식별될 수 있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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