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수니파 IS에 동조… 서점 내 지하드 테마 코너 인기, IS 점령지로 이주하는 사례도
터키정부 모호한 입장… 자국 쿠르드족과 오랜 갈등, 시리아內 반군 반사이익 우려
지난달 26일 터키 이스탄불대 베야짓 캠퍼스. “알라 후 아크바르!(Allahu Akbar?알라는 위대하다)”라는 외침이 몇 차례 허공을 가르더니 뒤이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지지하는 검은 복면의 젊은이들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한 무리의 학생들을 향해 내달렸다. 양측의 학생들이 마주쳤고 이내 싸움에 불이 붙었다. 서로를 향해 고성을 지르고 주변에 있던 각종 집기들이 포탄처럼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시리아 내 IS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이스탄불대 학생 아이셰귤 코르쿠트(21)는 당시 상황이 “충격적이었다”고 떠올렸다. IS가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이 그를 놀라게 했다.
이날 충돌은 이스탄불대의 좌파 성향 학생들이 인문대 건물에 인질 참수 등 IS의 만행을 강하게 비판하는 포스터를 붙이면서 시작됐다. 당장 학교 내 IS 지지 세력이 “포스터를 떼라”는 최후통첩을 보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 터키 언론에 따르면 최근 대학 내에서 이와 비슷한 학생들 간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13일 기준 42명의 학생들이 경찰에 구금됐다.
테러는 물론이고 납치, 감금, 참수 등 비인권적 행위를 일삼는 IS는 명백한 국제적 범죄조직이다. 그러나 같은 수니파 국가인 터키에서 일부 젊은 층을 중심으로 IS에 동조하는 징후가 발견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탄불대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서점의 ‘지하드(jihad?성전) 테마’ 코너에서도 이런 현상을 읽을 수 있다. 이곳에선 오사마 빈 라덴의 얼굴이 포함된 잡지나 체첸의 지하디스트 이븐 하타브의 전기와 맞닥뜨리게 된다. 서점 주인은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우리의 가장 큰 고객”이라고 당당히 밝힌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테러리스트의 정의는 서로 다르다. 우리에게 지하디스트는 영웅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스탄불을 거닐다 보면 종종 IS를 상징하는 검은 깃발이나 스티커를 건물 2층 창문이나 차 뒷유리창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한 때는 IS 상징이 새겨진 티셔츠나 운동복을 파는 IS 기념품점도 있었다.
터키의 일부 국민들이 IS가 장악한 시리아나 이라크 지역으로 거처를 옮기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이들은 터키가 이슬람 국가이긴 하지만 종교적 규율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아 세속화됐다며 IS가 말하는 온전한 신의 율법 아래 살겠다는 생각에 국경을 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물론 이런 단편적인 장면만으로 대다수 터키 국민이 IS를 옹호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스탄불에 위치한 카디르하스대 아흐메트 카심 한 교수는 “(IS) 지지자 중 일부는 급진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스탄불대에서 발생한 충돌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는데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는 징후라고 설명한다.
터키 내의 강해지는 IS 동조 정서는 IS에 대한 터키 정부의 모호한 입장 표명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IS가 명백한 테러 조직으로 지정됐지만 터키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 석상에서 IS를 테러 조직으로 지칭하기를 꺼리고 있다.
터키가 IS에게서 등을 돌리는데 주저하는 이유는 사실 자국 내, 그리고 주변국과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이다. 우선 IS를 격퇴하면 그동안 터키가 정권 전복을 위해 애써온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또 1,460만명에 달하는 터키 내 쿠르드족과의 뿌리 깊은 갈등도 서방의 IS 격퇴 동참 호소를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 터키 내 쿠르드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은 수 십년 간 무장투쟁을 벌이면서 터키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둘의 교전으로 사망한 사람만 4만명에 이른다. 터키가 시리아 내 IS와 싸우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의 지원을 탐탁지 않아 하는 이유다. 터키는 13일 2년 만에 PKK의 거점을 공습하기까지 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IS와 PKK는 터키에 같은 위협”이라고 말한 데서 터키 정부의 심중을 짐작할 수 있다.
터키 정부가 이렇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사이 터키 청년들은 IS에 대한 단순한 심정적 동조를 넘어 IS의 대원으로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IS의 외국인 대원은 약 1만5,000명 정도로 이중 IS에 가담한 터키인은 1,000명에 이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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