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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지난 500년간 이 책들을 선택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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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지난 500년간 이 책들을 선택했다, 왜

입력
2014.10.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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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리크 루빌루아 지음ㆍ이상해 옮김

까치 발행ㆍ360쪽ㆍ2만원

사람들이 찾는 것은 길이 남을 명저가 아니라 베스트셀러다. 그것은 꿈이자 치명적 유혹이다. 일단 시장에서 살아야 하는 출판업자에게 베스트셀러란 그래서 영원한 로망이다. 예를 들어 67개 언어로 번역돼 전세계에서 같은 시간대(2007년 7월 21일) 발매된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권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이 하루만에 1,100만부의 판매 기록을 올렸다는 사실은 차라리 이 시대의 신화라 할 수 있다.

헌법학자이자 교수이지만 그에 앞서 엄청난 애서가인 저자가 지난 500년 간의 세계적 베스트셀러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베스트셀러는 수치(판매 부수), 시간(성공하는데 걸린), 장소라는 세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합작품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베스트셀러는 또 어처구니 없는 우연의 종속물이기도 하다. ‘보바리 부인’ ‘채털리 부인의 사랑’ 등 검열과 소송으로 반사이익을 본 저작들이 그런 사실을 말해준다.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는 1961년 처음 영화화한 이후 2007년까지 세계적으로 2억부 이상이 판매됐다. 지식산업과 집단 자성의 산물이기도 한 베스트셀러란 그래서 기만적일 수 있다.

저자는 대필, 표절 등 베스트셀러에 숨은 갖가지 작태들을 열거하다가 급기야 이미지라는 허상과 결혼한다. 저자는 “베스트셀러의 정상적 운명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205쪽)이라며 영화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언급한다.

‘닥터 지바고’ ‘러브 스토리’ ‘해리 포터’ 등 베스트셀러에 근거해 짭짤한 재미를 본 영화들은 TV물로 확산되는 듯 하다가 21세기 들어 강력한 새 경쟁자에게 보좌를 넘겨주고 있다. 컴퓨터나 휴대폰의 화면도 따르지 못할, 트위터리언 혹은 블로거에 두 팔을 든 것이다. ”이 세상에서든 저 세상에든 구원을 얻기 위하여 혹은 성공을 일궈내기 위해 책을 강요당하는” 상황(225쪽)이 엄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출판은 혹은 책 읽기는 무엇인가. 저자는 “관리되는 속물 근성”(249쪽)이라는 매력적인 개념을 제시한다. 문학상, 독서클럽, 공쿠르상ㆍ퓰리처상, 각종 북클럽 등의 존재는 책에 대한 신뢰를 방증한다. “가장 많이 팔리지만 가장 적게 읽히는”(267쪽) 장식용 책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저자는 책의 예찬을 그만 둘 생각이 없다.

결코 끊어지는 법이 없는 종교서적은 불변의 1위인 성서가 말해주듯 가장 확실한 베스트셀러다. 그 뒤를 ‘돈키호테’로 시작한 현대사의 베스트셀러가 잇는다. 31개 국어로 번역돼 일약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담대한 희망’으로 이어지면서 베스트셀러는 여전히 살아있는 신화로 기능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 책은 집단지성의 상징으로서 종이책이라는 화려한 영광의 시대를 재음미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러나 현실 속 베스트셀러란 영원한 모순일지 모른다. “평균적인 독자가 원하는 것은 ‘위대한 책’이 아니라 크게 놀랄 것도 실망할 것도 없는, 접근 용이한 책이기 때문이다.”(271쪽) 야유일까, 자탄일까.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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