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보험사 직원들이 병원장을 협박해 억대의 돈을 갈취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이들은 병원 과실을 입증하는 진술을 받아내기 위해 병원 고객을 상대로도 협박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S이비인후과 원장 안모씨는 이달 초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성형수술을 치료 목적 안면 교정시술이라고 허위 진단서를 작성해 보험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협박해 1억3,000만원의 합의금을 받아갔다”며 현대해상화재보험 보험조사부 팀장인 채모씨와 같은 부서 과장 공모씨 등 4명의 직원과 회사 공동대표 이모씨, 박모씨 등 6명을 형법상 공갈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안씨는 고소장에서 “수사기관 수사, 국세청 탈세 조사를 운운하면서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했다”며 “명백한 교정시술을 성형수술이라고 하면서 보험사가 마치 수사기관이나 국세청처럼 행동하면서 겁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안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채씨 등은 지난 4월 병원으로 찾아가 “앞으로 더 할 게 많잖아. 수사 받으면 기분이 나쁘잖아요”라거나 “(이건) 금감원이나 청와대 이런 데서 수사해야 돼, 무조건. 한 방입니다. 훅 간다고.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수업료라고 생각하세요”라며 안씨를 협박했다. 허위 진단서 작성에 대한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지 않으려면 합의금을 내라고 종용했다는 게 안씨의 주장이다.
보험사 측은 “안씨가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과 합의문까지 쓰고 돈을 지급한 것이라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안씨는 사과문과 합의문을 쓴 것은 인정하면서도 “처벌을 안 받더라도 수사나 세무조사가 시작되면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이 너무 클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쓴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안씨는 보험사 직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만나 경찰 수사 등을 내세워 ‘치료가 아니라 성형 목적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병원에서 진단서를 조작했다’는 허위 진술을 받아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실제 S병원에서 수술을 했던 한 환자 측은 “보험사 직원이 직접 찾아와 ‘성형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 ‘거짓말하면 감옥에 간다’고 협박을 해 회사에 항의까지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하고, 조만간 고소인인 안씨 등 관련자들을 차례로 불러 사실관계를 파악해 나갈 방침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