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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문열, 삼성 방문해 뭐라고 말했나

입력
2014.10.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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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사장단회의서 그람시 진지론 제시

소설가 이문열. 서울경제
소설가 이문열. 서울경제

삼성그룹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매주 수요일에 개최하는 수요 사장단 회의에 이탈리아 공산당 창시자 안토니오 그람시가 등장했다. 삼성은 수요 사장단 회의 때 매번 외부 강사를 초빙해 강연을 듣는데, 15일 강연자로 나선 소설가 이문열이 ‘작가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현실과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특이하게 그람시의 진지론을 제시했다.

1920년대 이탈리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꿈꾼 그람시는 러시아의 기동전 방식 혁명이 유럽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람시가 말한 기동전이란 당시 스위스에 망명해 있던 레닌 등 혁명 세력이 러시아 외부에서 밀고 들어와 기습하듯 정권을 탈취한 것을 말한다.

그람시는 유럽처럼 성숙한 시민사회는 기동전 대신 중간 계급인 지식인이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 혁명을 이끄는 진지전이 적합하다고 봤다. 이를 위해 그람시는 노동자들이 공감하고 동조할 수 있도록 지식인들이 헤게모니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씨는 이를 삼성과 한국 사회에 대입해 독특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삼성이 문화적 헤게모니를 갖고 있는 지식인 계층과 대화를 통해 시장경제와 자유주의 체제를 이끌기 위한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며 “삼성 같은 대기업이 우리 사회의 진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열 식 그람시 진지론 해석이다.

하지만 강의를 들은 삼성 사장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 관계자는 “이 씨가 말한 문화적 헤게모니와 진지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삼성은 각계 각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진보 세력 의견에도 적극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난 1일 수요 사장단 회의에는 과거 육군사관학교 교수 시절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신 교수는 ‘사람과 삶’을 주제로 “기업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사람”이라며 “창조는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나오니 삼성은 변방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재벌 저격수로 꼽히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초청 ‘경제민주화와 삼성’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재벌 개혁을 외치는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겸하는 김 교수는 당시 강연에서 “삼성의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이 세상과 소통하라”고 주문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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