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사이버 검열’ 논란에서 비켜있는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카카오톡보다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토종 메신저들이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5일 웹사이트 분석ㆍ평가 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9월 28일~10월 4일 카톡의 일평균 사용자는 2,605만명으로 전주(9월 21일~27일)보다 40만명 정도 줄었다. 같은 기간 라인의 이용자 수는 239만명에서 132만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카톡의 이용자 이탈이 예상보다 미미한 데 반해, 라인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라인이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국산 메신저 자체에 대해 이용자들의 반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카톡이 이미 ‘국민 메신저’로 불릴 만큼 충성도가 높은 반면, 라인은 이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용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다른 메신저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카톡과 달리 라인은 서버를 일본에 두고 있어 수사기관의 영장집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라인의 피해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 네이버는 라인의 대화내용 서버 보관기간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메신저 업체들이 통상 일주일 내외로 보관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화내용은 영장 집행 전에 이미 삭제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라인은 지난 7월 대화내용을 서버에서도 엿볼 수 없도록 암호화한 채 전송하는 종단간 암호화 기술을 비밀대화 기능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네이버 관계자는 “향후 다양한 활동을 통해 다시 이용자들을 끌어 모을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고민이 적지 않아 보인다. 국내 이용자들의 급격한 이탈 소식은 라인의 주무대라고 할 수 있는 해외에서의 이용자 관리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카톡과 라인 등 국산 메신저를 떠난 이용자들은 독일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이 그대로 흡수해 현재 텔래그램의 한국인 이용자 수는 2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보면 카톡 뿐 아니라 국산 메신저가 다 같이 망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크다”며 “하루빨리 국산 메신저들이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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