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0ㆍ독일) 감독의 1차 실험은 1승1패로 끝났다. 신임 사령탑의 지휘를 받은 태극전사들은 “보완할 점이 많다”면서도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더 좋은 팀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봤다”고 입을 모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빠른 공수 전환과 다양한 공격 루트로 내년 1월 아시안컵을 향한 희망을 쐈다. 10일 파라과이전에서는 최전방에 조영철(카타르SC)을 두고 2선에 김민우(사간 도스)-남태희(레퀴야)-이청용(볼턴)을 배치했다. 높이는 낮지만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골 문을 노린 결과 2-0 완승을 이끌어냈다.
14일 코스타리카전(1-3 패)에는 이동국(전북)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세우고 손흥민(레버쿠젠)-남태희-이청용을 내세웠다. 브라질 월드컵 8강에 오른 강호 코스타리카의 강한 압박에 많은 골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높이와 속도를 갖춘 이들 조합은 합격점을 받을 만 했다.
또한 그 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새 얼굴의 등장도 반갑다.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한 남태희는 2경기에서 빼어난 공격력을 발휘했다. 파라과이전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뽑아냈고, 코스타리카전에서는 날카로운 침투 패스로 이동국의 동점골 발판을 마련했다.
‘슈틸리케호’의 첫 골 주인공 김민우와 장현수(광저우 부리)는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을 보여줬다. 파라과이전에서 무실점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코스타리카전에서 3골을 내준 김승규(울산)와의 주전 경쟁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반면 수비는 아쉬움을 남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수 출신답게 매 훈련마다 수비를 중시했지만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한 탓에 서로 간의 커버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으로 상대 공격수를 놓치는 문제점도 노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두 차례 평가전을 마친 뒤 “우리는 항상 힘과 의지를 갖춘, 더 노력할 수 있는 팀”이라면서 “결과에 대해 승복하고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청용은 “긴 패스보다 짧은 패스를 선호하고 아기자기한 플레이를 강조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스타일에 선수들이 맞추기 위해 애를 썼다”고 했고, 손흥민은 “아직 어색한 새 옷이지만 곧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슈틸리케호는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을 앞두고 내달 14일 요르단, 18일 이란과의 원정 평가전에 나선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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