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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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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는 한은

입력
2014.10.1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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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은행은 다시 한번 체면을 구기게 됐다. 이번에도 “독자 판단으로 금리를 내렸다”고 강조했지만 시장에선 결국 정부가 원하는 타이밍에 금리를 내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내리기는 쉬워도 올리기는 어려운 금리의 속성을 감안하면 한은의 이런 ‘예스맨’ 이미지는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금리 결정을 앞두고 여러 차례 한은의 독자 판단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을 둘러싸고 한은의 독립성 논란이 일자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인사는 발언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며 최 부총리에게 일침을 가했다. 앞서 최 부총리의 발언 등으로 지난달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가 올라가자 “재정ㆍ통화정책 만으로는 (경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지난주 말 미국 출장 중에는 “(금리인하로 늘어날 가계부채가) 시스템을 위협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는 최 부총리의 발언과 반대로 “가계부채가 이미 소비에 부담을 주기 시작하는 등 임계치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정부측 인사들이 노골적으로 금리인하 바람을 내비치는 상황에서 이런 일련의 발언은 자연스레 인하보다 동결 쪽에 무게를 두는 뉘앙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이달 금리 인하에 베팅을 하는 이들이 더 많았다. 이 총재의 말보다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에 더 주목을 한 셈이다. 이 총재가 “정부와 경기인식이 동일하다”고 물러서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실어줬다.

결론은 역시 인하였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장과의 소통 실패를 지적하는 질문에 “금리인하는 한은의 경기인식이 바뀐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중립성 문제제기는 안타깝지만 국가 경제를 볼모로 (독립성) 시비에 말려드는 것은 적당하지 못하니 소신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자고 금통위원들이 의견을 모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0% 금리는 경기 회복 뒷받침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이 총재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한층 커진 모습이다. 금리 인하가 이미 선반영된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채권금리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내릴 땐 반겨도 올릴 땐 모두가 반대하는 게 금리”라며 “한은이 향후 금리인상에 나서야 할 때도 정부가 지금처럼 관심을 가져줄 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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