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드라마 하면 몸싸움은 기본...막바지로 갈수록 비·바닷가 신 많아
작가에게 봐달라고 문자 보내기도"
5개월 전 KBS 2TV 일일극 ‘뻐꾸기 둥지’의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주인공 장서희(42)에게 “막장 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하는 것 아니냐”고 짓궂은 질문을 했다. MBC ‘인어아가씨’(2002)와 SBS ‘아내의 유혹’(2008)에 나온 장서희를 잊을 수 없어서였다. 그때 그는 “막장도 하나의 장르가 된 듯하다”며 “그냥 ‘센 드라마’로 불러주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아역으로 시작해 어느덧 30년 차가 된 배우의 나름대로 노련한 대답이었다.
‘뻐꾸기 둥지’에서는 사실혼 관계의 남자가 사고로 죽고 뱃속 아이마저 사산된 여인 백연희(장서희)가 과거를 숨기고 재벌가 며느리로 들어간다. 그러나 사랑했던 남자의 여동생 이화영(이채영)이 영구불임이 된 연희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리모로 나선다. 13일(85회)과 14일(86회) 방송분이 시청률 20%를 넘었지만 아버지에게, 남편과 시댁식구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인어아가씨’나 ‘아내의 유혹’과 별반 다르지 않다.
끝을 향해 가고 있는 ‘뻐꾸기 둥지’의 장서희를 14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막장 드라마의 대가들과 작업을 다 해봤는데 다른 게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장서희는 기다렸다는 듯 “이제 출생의 비밀 등 꼬인 가족관계를 다루지 않는 드라마는 거의 없다”며 “어쨌든 막장이 그만큼 친근감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라고 여유 있게 입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자부심을 보였다.
“제 연기는 드라마의 성격과 상관없이 똑같습니다. ‘인어아가씨’는 혼신의 힘을 다했기 때문에 특히 잊을 수 없습니다. 마음이 해이해질 때면 그 드라마를 다시 보곤 해요. 당시 모든 것을 쏟아 붓던 모습을 보면 희열이 생겨요.”
장서희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드리운 이들 드라마의 그림자를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그는 “‘인어아가씨’가 당시에는 욕을 먹었지만 이제는 그런 욕이 거의 없다”며 “후배에게 길을 열어준 것 같아 ‘막장의 아이콘’ 같은 말도 듣기 좋다”고 웃었다. 장서희는 드라마에서 “아버지 없이 자라는 게 어떤 건지 짐작이나 해요? 친구들이 아버지 자랑하고 네 아버지 뭐하니 소리가 아프다 못해 멍으로 박혔어!”(‘인어아가씨’) “처참하게 박살 날 너희들…다 부셔버릴 거야!”(‘아내의 유혹’)
“네가 어떻게 이걸 보내. 가만 안 둬. 네가 우리 집을 망쳤어!”(‘뻐꾸기 둥지’) 등 감정 기복이 심한 연기를 선보였다.
12일 막을 내린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에서 연민정이 눈 밑에 점을 붙이고 민소희로 등장한 것을 보고는 크게 웃었다. 장서희가 ‘아내의 유혹’에서 점을 붙인 채 또 다른 인물로 나왔던 것을 ‘왔다! 장보리’가 흉내 냈기 때문이다. 장서희는 “마지막 장면이 웃기면서도 기뻤다”면서 “아직도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그 장면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뻐꾸기 둥지’에는 몸을 던지는 연기가 많아 힘이 드는 게 사실이다. “몸 싸움은 기본이죠. 막바지로 갈수록 대본에 비를 맞거나 바닷가에서 촬영해야 하는 신이 있어 불안할 때가 있어요. 날씨도 추운데 바닷가라니…작가님께 봐달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죠.”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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