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책임지고 회장 물러난 뒤 5개월 넘게 정영준 직무대행 체제
배임·뇌물 공여 혐의 재판 상태 "적폐 당사자가 어떻게 개혁하나"
세월호 증ㆍ개축 과정에서의 부실 검사로 도마에 올랐던 한국선급(KS)의 회장 직무대행 자리를 최근 해운 비리 혐의로 기소된 인사가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형 선박 안전 검사를 전담해온 한국선급은 세월호 참사 당시 선박 부실 검사와 선박업체 및 해양수산부 관료 등과 결탁한 ‘해피아’ 논란으로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던 곳이다.
14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승남 의원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지난 4월 25일 전영기 회장이 물러난 후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온 정영준 한국선급 전무가 최근 1억 2,000만원 상당의 배임 혐의에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 직무대행의 비리 혐의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부산지검이 한국선급 등 해운 항만 기관을 상대로 대대적인 해운비리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적발됐다. 부산지검은 지난달 오공균 한국선급 전 회장 등 14명을 구속하고 3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국선급 측은 정 직무대행의 혐의에 대해 아직 확정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라 무죄추정원칙에 입각해 기관장 직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선급이 불과 5개월전 세월호 부실검사와 ‘해피아’ 논란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회장이 물러났고 실제 검찰 수사에서 전ㆍ현직 임직원 상당수가 각종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을 감안하면 ‘해운 비리 부실의 적폐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선급 내부에서조차 “적폐의 당사자인 비리 혐의자가 어떻게 조직의 적폐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해양대 출신인 정 직무대행은 해수부 관료들의 지원을 받아 차기 선급 회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해피아’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해운ㆍ항만 업계와 해수부 관료간 유착의 핵심으로 해양대ㆍ해수부 출신들이 꼽혀왔다. 김 의원은 “전영기 전 회장은 역대 선급 회장 중 유일하게 해양대ㆍ해수부 출신이 아닌 인사였지만 세월호 참사로 물러났다”며 “전 회장이 사임하면서 후임 직무대행을 지정하려고 했지만 해피아의 조직적 반발로 무산됐다는 얘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해수부가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회장에 앉히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후임 회장을 빨리 선출해 개혁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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