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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큰일 날 뻔했다, 이런 軍장비로 작전에 임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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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큰일 날 뻔했다, 이런 軍장비로 작전에 임했으니

입력
2014.10.1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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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발생한 남북 함정 간 교전에서 우리 해군 함정이 조준ㆍ격파사격을 했지만 불발탄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우리 해군은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자 함포로 경고사격을 했다. 북한 경비정은 기관포로 추정되는 화기로 수십 발의 대응사격을 했고, 해군 유도탄고속함은 함포로 대응했다. 그러나 조준ㆍ격파사격 과정에서 불발탄이 발생해 우리 함정이 후선으로 물러났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런 사실을 숨겨오다 국감에서 의원의 추궁에 마지못해 시인했다. 불발탄 발생 사실이 밝혀질 것을 꺼려 은폐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북한 경비정이 곧바로 북방한계선을 넘어서 돌아갔기에 망정이지 자칫 큰 피해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훈련도 아니고 실전에서 불발탄이 발생한 것은 평소의 무기관리와 준비태세에 커다란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이번 국감에서 드러난 우리 군 무기체계의 부실은 심각했다. 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 등 3500톤급 구축함의 전투체계가 일반 가정에서도 잘 쓰지 않는 486컴퓨터에 16MB 메모리의 노후 장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최근 2년 동안 전투체계 시스템이 24번이나 다운됐다고 한다. 주력 구축함이 먹통이 되면 소속 함정들에 대한 지휘함 역할을 전혀 할 수 없게 된다.

척당 1조원에 육박하는 해군 최신예 이지스함은 어뢰방어 불능 상태로 작전을 수행 중이었다. 율곡이이함에 탑재된 총 24발의 어뢰 기만탄 중 18발이 바닷물에 부식돼 사용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해군은 지난 2년간 기만탄의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만일 이런 사실을 북한이 알고 잠수정을 보내 공격했다면 ‘제2의 천안함’을 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해군뿐이 아니다. 육군이 보유한 대전차 무기의 99.2%는 노후화해 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사용 가능한 무기도 북한군 주력 전차의 장갑을 뚫기엔 역부족일 정도로 성능이 떨어졌다.

이런 불량 장비로 어떻게 적과 전투를 할 수 있을지 한심스럽다.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5.2% 증액한 37조6,000억원으로 편성했다. 해마다 수조원을 전력증강사업에 쏟아 붓고 있으나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의문이다. 무기 관리와 운영에 사용할 예산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어제 K-9자주포와 장갑차, 전차 등의 제작에 필요한 방산부품을 납품하면서 시험성적서를 위ㆍ변조한 업체 관계자 53명이 적발돼 검찰에 의해 기소된 것만 봐도 이런 우려가 단순히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국방 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통한 노후장비 현대화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무기 개발 및 운용 체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첨단무기 도입 시 예산 낭비 요소는 없는지, 들여온 장비는 제대로 관리하고 활용하고 있는지 등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리와 부패, 관리부실 등이 드러나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엉터리 무기와 장비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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