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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결심

입력
2014.10.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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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담배를 끊겠다. 책을 많이 읽겠다. 다이어트를 하겠다. 운동을 하겠다.” 새해 첫날처럼 변화의 계획을 주변에서 자주 내게 말해 준다. 나도 덩달아 마음에 두고 있던 계획을 이야기한다. “체력을 키우고 영어 공부도 더 하겠다. 간소하게 생활하겠다.” 너무 오래된 결심들이라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무언가 생각을 하고 변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어떤 이는 실패할 것이 두려워 마음에 담기 어렵다고 하지만, ‘결심’은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올해도 벌써 얼마 남지 않았다. 한 해가 가기 전에 무언가 달라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제와 다른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변하고 싶어 한다.

변한다는 것은 단순히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생각하고 준비하고 행동하고 그리고 안 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것. 결심이 시작이지만 계속 결심이 반복돼야 한다. 변하고 싶을 때마다 펼쳐 보는 책이 있다. 스스로 변화에 성공한 사람들과 주변의 도움으로 변화를 지키는 사람들 수천 명을 조사하여 ‘변화의 원리’를 알려 주는 책이다. 다시 돌아보며 항상 나는 어느 단계인가를 생각한다.

심리학자인 프로차스카와 디클레멘토는 오랜 기간의 연구와 경험을 통해 변화에는 단계가 있고 직선이 아닌 나선형 모델 (Prochaska, DiClemente & Norcross 1992)이 합당하다고 이야기했다. 변화를 원하고 실행하고 완성하기까지 각각의 단계가 있고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고, 단계를 잘 넘어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도움과 준비가 다르다는 것이다. 미리 생각해서 준비를 하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을 조절한다면 보다 쉽게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처음에 무관심 단계를 거친다. 변화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상태이다. 그 다음으로 어떤 문제를 느끼고 막연히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는 심사숙고 단계로 접어든다. 이 단계가 상당히 길다. 여기서는 문제를 인정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나도 해마다 같은 새해 결심을 한지가 10년이 넘은 것도 있다. 실패할까 두려워하는 마음도 망설이는 큰 이유 중 하나다. 변화를 하고자 하면 ‘그래 당장 내일부터’ ‘오늘부터 이렇게 할 거야’라고 하는 경우 오래 가기가 힘들 수도 있다.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준비단계를 충분히 가지는 것이다. 이때 결심한 행동을 공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세하게 행동 지침을 생각하고 전략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사숙고와 준비단계를 거친 후에는 정말 실행하는 단계다. 실행은 가장 어렵지만 변화는 실행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변화를 잘 유지하는 것이 길게는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계속해서 결심을 하고 유지하지 않으면 다시 무관심이나 심사숙고의 단계로 가기도 한다. 변화를 위한 노력들이 종료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은 예전의 문제들로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상태가 유지되는 단계다. 프로차스카는 이 변화의 단계들이 일직선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나선형처럼 그 전 단계를 반복해서 다시 실행과 유지와 종결 단계로 나아간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사람들도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달라지고 있으니, 오늘 내 결심들을 지키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고 다시 결심하고 시작하라는 메시지이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은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작심삼일’도 계속 3일마다 결심을 하라고 들린다. 쉽진 않지만 쉽게 보는 연습이 필요할 수 있다. 변화의 과정에서 대부분은 다시 심사숙고 단계로 되돌아가기도 하고, 심할 경우 무관심 단계까지 후퇴한다. 결국 성공을 거둔 사람들도 변화의 주기를 여러 차례 거친 끝에 마침내 이뤄내는 사람이다.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까를 새기는 것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다. 주변의 도움도 중요하다. 누군가 결심을 하면 김새게 하거나 얼마나 잘 하나 두고 보자 식으로 말하지 말고 격려해주고 다시 안 되더라도 계속 격려해주자. 결심은 항상 의미가 있다.

박은진 인제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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