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월 26일 오전 3시쯤 서울 강남의 병원장인 이모(43)씨는 만취 상태(혈중 알코올 농도 0.13%)로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몰고 귀가하던 중 인도 경계석에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음주운전 사고여서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 이씨는 보험사에 사고 다음날 오후 4시쯤 교통사고가 났다며 수리비 4,500만원을 청구했다.
#2 대형식당 사장 강모(53)씨는 고객의 포르쉐 승용차를 대신 주차해주다 주차장 벽에 부딪혔다. 타인이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 강씨는 자신의 BMW 승용차로 포르쉐를 들이받은 것으로 보험사를 속여 수리비 400만원을 받아냈다.
의사, 외국계 회사 매니저, 대형식당 주인 등 부유층 인사들이 거액의 교통사고 보험금을 가로채려다 적발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이씨와 강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입건자 중에는 길을 걷다가 승용차와 부딪혔다고 거짓말 해 치료비와 합의금 370만원을 받아낸 외국계 회사 매니저 김모(23)씨, 보험기간이 끝나고 사고가 나자 보험에 재가입한 뒤 사고가 난 것으로 꾸며 보험금을 타낸 학원강사 등이 포함됐다.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술을 마신 것 같으면 돈을 뜯어내려던 부유층도 있었다. 7월 25일 오전 1시쯤 회사원 전모(28)씨는 마세라티 승용차에 여자친구를 태우고 가던 중 앞에 있던 승용차가 주차장 차단기를 들이받으며 튄 파편 때문에 주변 콘크리트 구조물에 충돌했다고 보험사에 알렸다. 전씨는 치료비와 수리비로 4,50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사결과 전씨는 상대방 운전자가 음주운전 단속을 피해 도망치는 것을 목격한 뒤 뒤쫓아가 돈을 뜯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입건된 사람들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부족할 것이 없으면서도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며 “부유층 등 화이트칼라의 비도덕적 범죄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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