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포트폴리오社의 스핀들 북스, "발은 속도 조절 등 기능 탁월"
전자책 디지털 플랫폼으로 선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원 아래 中企들 경쟁력 강화ㆍ수출에 성과
‘옥스퍼드 사전’으로 유명한 534년 역사의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사는 지난해 7월부터 중동 지역 대학에 자사의 영어교육 교재들을 전자책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 책을 전자기기로 볼 수 있게 변환하려면 디지털 플랫폼이 필수다. 옥스퍼드는 우리나라 벤처기업 ‘아이포트폴리오’의 플랫폼 ‘스핀들 북스’를 선택했다. 해마다 책 6,000여권을 출판하며 1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출판사가 2011년 설립된 직원 10여명 규모의 외국 새내기 중소기업을 파트너로 결정하기까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역할이 컸다.
디지털 플랫폼을 물색하던 옥스퍼드는 스핀들 북스의 기술을 점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ETRI 내에 둥지를 틀고 연구원들과 협력하며 오디오 속도를 조절할 때 음의 높낮이가 변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발음 속도 조절 등 어학학습용도에서 뛰어난 기능을 갖춘 것을 높이 평가해 옥스퍼드는 지난해 1월 아이포트폴리오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옥스퍼드는 매년 300~400권을 스핀들 북스로 변환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매출의 5% 정도가 디지털 매출로 전환된다고 볼 때 아이포트폴리오는 연간 수십억원의 수익을 보장받게 된다. 김성윤 아이포트폴리오 대표는 “알려지지 않은 소기업이라 출판사로선 부담이었을 텐데, 현장 실사에서 까다로운 기술 조건을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ETRI 연구원들의 노력하는 모습이 신뢰성을 높여줘 계약이 성사된 것 같다”며 ETRI에 고마움을 표했다.
올 4월부터 미래창조과학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추진해온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중소ㆍ중견기업 R&D 전진기지화 방안’에 따라 중소기업이 출연연의 자원과 노하우를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스핀들 북스와 같은 협력 성공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상용화나 수출을 위한 기술 지원뿐 아니라 출연연이 중소기업을 아예 패밀리기업으로 선정해 매출 증대를 돕고, 공동연구를 기획ㆍ추진하며, 기업부설연구소를 유치해 장비와 인력을 직접 제공하기도 한다.
지난해 발사된 과학기술위성 3호에 실린 우주 관측용 카메라의 핵심 부품과 렌즈를 공급한 ‘그린광학’은 한국천문연구원에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천문연 장비를 함께 쓰면서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여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한일월드’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정보력과 시장분석에 힘입어 진입 장벽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에서 쟁쟁한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정수기 수출의 물꼬를 텄다. ‘비오투’는 연구인력이 3명에 불과하지만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음식물쓰레기의 악취와 침출수 문제를 해결해 사료와 퇴비 등으로 100% 자원화하는 장비를 개발해냈다. 이상천 국과연 이사장은 “중소기업에겐 기술경쟁력 강화, 출연연에겐 연구성과 활용도 제고 기회가 되는 만큼 더 많은 중소기업이 출연연을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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