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을 계기로 이는 듯 했던 이른바 ‘초이노믹스’ 효과가 갈수록 힘을 잃어가고 있다. ‘경제는 심리’라는 측면에서, 최경환 경제팀은 잠들어 있던 소비 심리 회복을 위해 1차적으로 주식ㆍ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산효과를 노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불과 3개월도 안 돼 증시는 차갑게 얼어붙었고 부동산시장 역시 회복 탄력이 눈에 띄게 둔화되는 모양새다. 정부는 후속 부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애초부터 기대만 너무 컸던 것 아니냐는 자성론마저 나오고 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71포인트(0.71%) 떨어진 1,927.21에 마감돼 3월20일(1,919.52) 이후 처음으로 1,930선을 밑돌았다. 최 부총리가 경기 부양을 위한 각종 정책 패키지를 쏟아내던 7월말 연중 최고점(7월30일ㆍ2,082.61)과 비교하면 두 달 여 만에 150포인트 넘게 빠진 수치다. 이대로라면 연중 최저점(2월4일ㆍ1,886.85)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최근의 주가 하락세는 달러 강세, 그리고 대내외 악재 등과 맞물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문제는 더 이상 초이노믹스가 증시의 변수로조차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두 달 전만 해도 초이노믹스 효과 분석에 열을 올리던 증권가에서는 요즘 ‘애초부터 증시에 초이노믹스 효과는 없었다’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주가 하락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이달 중 다시 증시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주가를 짓누르고 있는 대외 악재가 워낙 강한 탓에 기대감은 크지 않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책 효과만으로 증시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도 한풀 꺾인 모양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6~10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8% 오르는 데 그쳐 전주보다 상승폭이 절반으로 줄었다. 특히 9ㆍ1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집값 상승을 견인해온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상승률마저 0.01%에 그쳐 정책 기대감에 따른 상승세에 한계가 온 것 아니냐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매매 수요가 살아나면 전세 수요를 줄여 전셋값도 떨어질 거란 정부의 기대는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세값 비율ㆍ66.3%)은 2001년 12월(66.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3.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시장의 실망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단기부양책 만으로 대내외 악재를 돌파하며 무기력증에 빠진 시장을 견인하는 건 한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 두 정책 캠페인으로 성장을 높이기엔 우리 경제의 체질이나 환경이 버거운 게 사실”이라며 “외형보다 내실을 다지는 전략이 더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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