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기대감에 매도 호가 올랐지만 정작 매수세는 실종 소강 국면
"재건축 단지 중심 상승세 한계" 전세난 심화… 정부 예상 빗나가
9·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도 이달 들어 주춤하는 모습이다. 재건축 등 정책 수혜 예상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반면 전세난은 갈수록 심화되는 추세다.
13일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주(9월30일~10월6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08% 상승했다. 9월 둘째주 0.12%로 정점을 찍은 후 4주 연속 상승폭이 꺾이고 있다. 서울의 경우 0.06% 상승에 그쳐 하락세가 한층 가파르다.
좀 더 최근 통계인 부동산114의 지난주(6일~10일) 매매동향을 보더라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은 0.08%에 그쳤다. 앞선 3주 연속 0.15% 상승한 것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현 정부 2기 내각의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7월15일)한 후 0.08~0.46% 사이의 오름폭을 유지하던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상승률이 0.01%로 고꾸라졌다.
가격 상승세가 꺾인 이유는 정책 기대감으로 올라간 매도호가를 매수세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팔려는 사람의 눈높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맞춰주지 못하면서 가격이 더 오르지 못하고 거래는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S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급매물이 소진된 이후 거래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일부 아파트는 호가가 다시 1,000만~2,000만원 정도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재건축 예상 단지 중심의 상승세였다는 점에서 어차피 장기간 지속되기 어려웠다는 시각도 있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의 경우 정부가 아무리 허용을 해주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성 여부”라며 “기대감이 서서히 잦아들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실제로 3분기 서울 자치구별 매매가 상승률은 강남(1.56%), 서초(1.55%), 양천(1.23%), 강동(1%), 노원(0.88%), 송파(0.86%) 등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곳이 상위를 휩쓸었다.
이런 까닭에 당분간 추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권일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재건축 기대감으로 인한 상승세가 한계에 이른 만큼 추가적인 부양책이 나오거나 경기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소강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매매시장이 정체에 빠지면서 전세난이 더욱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 전세수요가 매매로 돌아설 것이란 정부의 예상이 빗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지난주 서울의 전세가격은 0.18% 상승해 전주(0.13%)보다 상승폭이 오히려 확대됐고, 매매가 상승폭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양해근 전문위원은 “저금리의 영향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보단 차라리 전세금을 올려주는 움직임이 많아졌다”며 “당분간 매매시장보다 전세 거래가 훨씬 활기를 띌 것”으로 내다봤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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