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발생 4년여 만… 한달 내 결론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평양노회(이하 노회)가 성추행으로 물의를 빚은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처벌 수위를 정하기 위한 교단 내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전 목사의 성추행이 교회 내에서 불거진 지 4년여 만이다. 예장 합동 교단에서 목사 성범죄를 징계하는 건 처음이다.
노회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은석교회에서 열린 가을 정기노회에서 전 목사의 성추행과 관련한 삼일교회의 고소 건을 상정, 논의한 끝에 재판국을 설치해 한달 이내에 처벌 수위를 확정하기로 했다. 재판국은 목사 4명, 장로 3명 등 7명으로 구성했다. 삼일교회는 2012년부터 네 차례 전 목사의 목사 직을 박탈해달라는 면직청원을 했지만, 노회는 요건 미비 등을 이유로 번번이 상정을 하지 않았다.
이날 노회에선 상정 여부, 논의 방식을 두고도 긴 시간 동안 공방이 있었다. 노회 소속 목사들 중에서는 “전 목사가 삼일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했으니 이미 처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 “성추행이 발생한 지 4, 5년이 지났는데 징계하는 것이 노회법에 맞느냐” 등 전 목사의 처벌에 부정적인 견해도 나왔다.
반면 전 목사의 후임으로 삼일교회에 부임한 송태근 목사는 “삼일교회의 십수명 자매(여성교인)들이 오랜 시간 전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인생이 무너지는 슬픔을 겪었다”며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다뤄달라”고 호소했다. 신동식 빛과소금교회 목사 역시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2010년 노회가 제대로 처리했다면 지금처럼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진실을 밝혀 공의를 세우는 일인만큼 다른 어떤 사안보다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안건 논의가 시작된 지 5시간 30분 만에야 재판국을 설치해 전 목사 건을 조사, 처벌하는 데 노회원들이 동의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장인 구교형 목사는 “노회가 뒤늦게라도 처벌 절차에 들어가 다행스럽다”며 “노회가 향후 제대로 재판을 거쳐 전 목사의 목사직을 박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2010년 여성 교인을 성추행한 사실이 교회 내에 알려졌다. 최근 삼일교회 전ㆍ현 교인들은 피해교인들의 증언을 담은 책 ‘숨바꼭질’을 최근 펴내 전 목사의 상습적인 성추행을 폭로했다(본보 9월 29일자 22면).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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