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에서 ‘사이버 검열’ 논란이 뜨겁다. 어제 미래창조과학부 국감에서는 국가기관의 무분별한 감청 실태가 도마에 올랐고, 법무부 감사에서는 논란의 진원지인 지난달 18일 대검 주최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 자료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이 회의에는 정부기관뿐 아니라 카카오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 관계자들도 참석했고, 곧이어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톡 이용자들이 해외 메신저로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 사태를 불렀다.
국감에서 서기호 의원(정의당)이 공개한 대검 회의자료를 보면 강경대응 배경으로 “사이버상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성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9ㆍ16 국무회의 대통령 말씀’이 언급됐다. 이번 대책이 청와대 지시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구체적 단속방안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주요 명예훼손ㆍ모욕 사건 전담수사팀’과 포털사 간에 ‘핫라인’을 구축해 실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수사팀에서 신속하게 법리판단을 해 포털사에 삭제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카톡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수사기관의 요청을 거부하기 힘든 민간업체들을 핫라인으로 엮어 아예 수족처럼 부리겠다는 의도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업체에 삭제ㆍ접속차단을 요구하는 등의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검찰의 직접 개입을 천명한 것도 어처구니없다. 더구나 해당 업체들이 위법성을 지적하며 반대했는데도 밀어붙였다니 ‘검찰국가’란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또 중점 수사대상으로 ▦의혹 제기를 가장한 근거 없는 폭로성 발언 ▦국가적 대형사건 발생시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각종 음모설 ▦공직자의 인격과 사생활에 대한 악의적이고 부당한 중상ㆍ비방을 제시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자의적 판단의 여지가 많은데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등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검찰 스스로 정권의 호위무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결코 과하지 않다.
사이버상에서 허위사실이 마구 유포되고 이로 인해 명예훼손이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구시대적 공안몰이 수법에 기대서는 안 된다. 당장은 비판세력이 스스로 입을 닫게 하는 효과를 거둘지 몰라도 결국엔 정권의 기반을 밑동부터 흔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검찰은 법과 절차까지 무시한 위험한 행태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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