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30홈런 100타점’ 이승엽의 위대한 시즌
이승엽(38ㆍ삼성)은 지난 시즌 혹독한 한 해를 보냈다. 111경기에 나가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에 그쳤다. 1995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스탠스를 줄이며 타격 변신을 꾀했고, 다음 시즌을 별렀다.
올해 이승엽은 노력의 결실을 봤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한 활약을 펼치더니 6월에는 한달 간 9홈런 2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후반기에도 베테랑다운 역할을 톡톡히 하던 그는 지난 11일 광주 KIA전에서 31호, 32호 대포를 연거푸 쏘아 올려 100타점을 채웠다. 이로써 2001년 롯데 외국인 타자 펠릭스 호세(36홈런 102타점)가 세운 최고령 30홈런 100타점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이승엽은 기쁜 내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팀의 4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눈앞에 두고 시즌 팀 최다 타이인 5연패 늪에 빠진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마음을 다잡은 이승엽은 이튿날 KIA전에서 0-0으로 맞선 4회 2사 1ㆍ3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쳤다.
이승엽의 선제점을 발판 삼아 팀은 8-4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2’로 줄였다. 또한 이승엽의 시즌 17번째 결승타가 완성되면서 NC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와 함께 부문 공동 1위로 올라섰다.
흘러간 세월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며 이름값을 해주고 있는 이승엽을 보면 류중일 삼성 감독도 놀랍기만 하다. 그는 “이승엽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이 정도까지 해줄지 어떻게 알았나. 만약 우승한다면 가장 큰 역할을 해준 선수”라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승엽은 올해 배수진을 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꿨다. 타격 폼은 물론 쓰던 장비까지 새 것으로 바꿨다. 프로에 데뷔하고 줄곧 3~5번 중심타선을 맡다가 타순이 한 단계 하향조정 됐지만 바뀐 타순만큼 타격 스타일도 유연하게 변했다. 지난해 진루타율이 3할9푼9리에 그쳤지만 올 시즌 4할5푼1리까지 올랐을 정도로 팀 배팅을 철저히 했다.
자신을 내려놓고 ‘팀 퍼스트’에 맞춘 이승엽은 결국 시즌 전 목표로 세웠던 타율 2할8푼 20홈런 80타점을 훌쩍 뛰어 넘어 38세의 나이로 위대한 시즌을 완성했다. 이승엽의 올 시즌 성적은 12일 현재 타율 3할4리 32홈런 101타점이다.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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