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조성에 860억원 투자… 사업비 회수용 땅값은 600억원
주변보다 2~3배 비싸 매수세 실종
포항시 "대기업과 일괄매각 협상" 분할매각 '일단 멈춤' 요청
10월 현재 총부채 138조원, 금융부채 101조3,000여억원의 ‘부채공룡’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가 포항운하 사업비로 충당할 운하 주변 상업지 판매를 두고 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부지매각을 미룰 수 없어 손해를 보고서라도 분할매각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데다, 이마저도 포항시가 “대기업과 일괄매각 협상 중”이라며 중단을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LH는 포항시의 협상이 불발하면 더 이상 기다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LH가 포항운하 건설에 투입한 비용은 1,460억원이다. 이 중 포스코 기부 300억원, 국비와 도비, 시비 300억원을 뺀 자체 투자금은 860억원에 달한다. LH는 860억원의 사업비를 포항운하 조성 후 생긴 주변 용지(3만3,443㎡)를 팔아 회수할 계획이었다. 손실을 보전하려면 3.3㎡당 800만원 이상 가격에 매각해야 하지만 주변 시세보다 2, 3배가 넘는 금액인데다 일괄 매각하려는 시의 거듭된 만류로 팔지 못하고 있다.
시는 지난 2011년 9월 포항운하 조성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상업지구 판매를 위해 마케팅을 벌였다. 해당부서는 국내 굴지의 레저기업과 접촉하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기다리다 못한 LH는 올 6월 총 28필지의 땅을 분할해 투자금 86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603억3,900여 만원의 가격으로 공개 매각에 나섰다. 모두 팔아도 260억원 정도 손실을 떠안는 셈이다.
그러나 최종 계약된 토지는 2필지 1,000여㎡에 불과했다. LH는 나머지 26필지마저 더 쪼개 팔기로 하고 입찰 공고를 준비했지만 ‘대기업과 협상 중’이라는 시의 부탁으로 다시 중단했다.
포항시청 건설도시국 관계자는 “호텔과 쇼핑몰, 테마파크 등 운하 상업지에 계획돼 있는 시설을 모두 계열사로 두고 있는 대기업과 협상 중이다”며 “협의가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LH는 포항시의 협상에 기대를 걸면서도 불발에 그치면 곧 바로 용지를 분할, 직원들이 직접 마케팅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LH 포항사업단 관계자는 “감사원이 공기업 감사 때마다 운하 사업비 회수 방안을 지적해 하루라도 빨리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포항시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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