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대북전단 살포를 구실로 우리 영토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한반도에 또다시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북한의 최고위급 실세 3인방의 인천 방문으로 만들어진 남북관계 해빙 무드도 재차 냉각될 가능성과 2차 남북 고위급접촉의 전망이 불투명해질 우려가 연쇄적으로 나오고 있다.
북한의 도발은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북측은 노동당 창건기념일에 맞춰 탈북자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려 하자 ‘무자비한 징벌’ ‘원점 타격’ 등을 운운하며 누차 위협했다. 대북 전단은 ‘김정은 체제’에 민감한 내용이 들어있어 북측이 가장 껄끄러워하던 대북 심리전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에 통일부가 전날 탈북자단체를 향해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북한 당국이 이를 미온적 조치라고 판단하고 대북전단을 향해 총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당초 예고한 강력한 경고를 현실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김정은이 10일 노동당 창건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확산되는 미묘한 시점이라는 점에서는 김정은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일부에서 김정은의 ‘뇌사설’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번 도발을 통해 자신들의 위협이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체제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관측이다.
국방부가 북한의 도발에 강력대응하긴 했지만 북한이 예고한 대로 도발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북한이 남북관계에서 보다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측이 대북전단 살포를 물고 늘어지며 2차 고위급 접촉 시기를 의도적으로 늦출 개연성도 예상해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나 5ㆍ24조치 해제 등 우리 정부가 아직은 껄끄러워하는 요구사항을 전면에 들고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의 도발이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추진 움직임 속에 불거졌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북한이 인권결의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에 대한 불만을 남측을 향한 도발로 우회적으로 드러냈다고 해석할 여지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북한이 연평도 포격처럼 우리 영토를 직접 겨냥하지 않고 대북전단을 향해 제한적 타격에 나섰다는 점에서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과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을 거치면서 강화 애기봉 전망대의 점등행사에 대한 정밀 타격을 거론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엄포에 그친 적이 있다. 다만 이번엔 북한이 자신들의 위협을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다양한 형태의 추가 무력도발 등 고강도 대응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