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아세르 칸시노 지음ㆍ김정하 옮김
내인생의책 발행ㆍ296쪽ㆍ1만4,000원
이들에게 바벨탑은 거대한 집단 주거 건물을 뜻한다. 그러나 그곳은 인간적이거나 아름다운 것과 담을 쌓은 공간이다. 현실적으로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꿈꾸며 스페인으로 밀항했다가 기거하는 누추한 아파트다. 그들은 한밤중 30분 동안 항해하다가 목숨을 잃기도 하고 설령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극빈층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 대열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불평등의 지구가 만든 특별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목숨을 걸고 거친 바다를 건너는 그들은 과연 영원한 타자일까. 불법 이민 십대들은 바벨탑 방 한 칸에 세 들어 쪽방 인생을 살며 운 좋으면 학교에 가지만 대부분은 불법 복제 CD 따위를 팔며 살아간다.
책의 시선은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철학 교사에 고정돼 있다.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10대들에게 그는 “지금 너희의 삶은 진짜가 아니다”라고 한다. “나처럼 50줄에 들어도 성장통은 있다, 삶의 의미를 깨닫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말해주는 따스함도 보인다. 철학 선생, 스페인의 고전소설 ‘돈키호테’ 등이 액자소설처럼 구성돼 하나의 큰 서사를 이룬다. 스페인 세비야 출신의 저자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어린이ㆍ청소년 문학 작가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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