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의 한 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 10일 오전 서울 용산 합참 청사에서 열린 '긴급 전군주요지휘관 화상회의'를 마친 군 관계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육군 중앙수사단이 긴급 체포한 송모(육사 40기) 17사단장은 성추행 피해자인 여군 하사를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불러서 5차례나 성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송 사단장은 10일 ‘군인 등 강제 추행죄’ 혐의로 구속됐다.

육군에 따르면 피해 여군 B하사는 지난 6월 근무하던 17사단 소속 다른 부대에서 상관인 모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사단장 직속 부서로 자리를 옮겨 병영 상담관의 집중 관리를 받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송 사단장은 8월과 9월에 걸쳐 여러 차례 B하사를 불러 “생활이 힘들지는 않느냐”며 피해 상담을 자처하면서 등 뒤에서 B하사를 껴안거나 몸을 만지는 등 5차례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다. 앞서 B하사를 성추행한 상사는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육군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에 따르면 송 사단장도 B하사를 상담 목적으로 부른 뒤 성추행한 사실을 일부 시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송 사단장이 B하사와 업무상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데도 계급과 직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9일 밤 송 사단장을 긴급체포한 데 이어 12시간 만인 10일 오전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육군 관계자는 “지휘부도 군대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직위를 남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운 파렴치한 범죄 행위에 엄단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잇따라 발생하는 군내 성범죄나 성군기 사건에 군 당국이 사후약방문식 처방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비등하다. 2012년 3월 최익봉 전 특전사령관이 과거 사단장 시절 여군 하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보직 해임됐고, 같은 해 6월에는 수도권 부대에 근무하던 C준장이 성추행 혐의로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지난 2월 훈령을 개정해 성 군기 위반사건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또다시 사단장 성추행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엄포는 공염불이 된 셈이다.

국방부는 또 7일 발표된 장성인사에서 송 사단장을 육군본부의 요직으로 이동하는 인사를 발표한 바 있어 인사검증 부실 논란도 일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방부를 상대로 국감에 나선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고 “국방장관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앞서 한 장관은 이날 오전 주요지휘관 회의를 소집해 최근 일련의 군 기강 해이 사건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육군은 “성범죄에 대해서는 단 한번의 잘못만으로도 각종 진급을 누락시키는 ‘원아웃’ 제도를 적용하겠다”고 보고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api_db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