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미용성형의 메카’인 서울 강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G성형외과를 사기, 의료법ㆍ근로기준법ㆍ마약류관리법ㆍ약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여고생이 쌍꺼풀과 코 성형수술을 받다 의식불명된 의료사고는 물론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그림자 의사(섀도 닥터)’가 대리수술한 정황이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졌다”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경찰은 ‘수사 중’이고 G성형외과는 ‘성업 중’이다.
김선웅 성형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이 사건의 핵심은 그림자 의사”라며 “이번 기회에 그림자 의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술실을 사람 잡는 도살장으로 만든 G성형외과와 같은 범죄조직이 판을 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술집도를 약속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생면부지의 이비인후과, 치과의사가 멋대로 전기톱으로 뼈를 깎는 불법의료행위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수사가 난항에 빠진 이유는 그림자 의사와 관련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 성형외과의사회는 G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환자명단을 경찰에 제출했지만 개인정보 문제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성형수술로 피해 본 당사자가 고발해야 이 사건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G성형외과가 “성형외과의사회가 몇몇 의사의 말만 믿고 관련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우리가 불법을 저질렀다면 수사가 벌써 종결됐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림자 의사를 고용해 대리수술을 할 것을 지시한 병원장과 환자수술을 포기한 성형외과 전문의, 그리고 생면부지의 환자를 수술한 그림자 의사와 수술실에서 그를 도운 간호사 등이 존재해야 그림자 의사의 불법의료행위가 이뤄질 수 있다. 불법을 저지른 그림자 의사가 자신의 실체를 밝힐 리 만무고, 대리수술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원장과 수술을 포기한 성형외과 전문의가 ‘양심선언’을 할 리 없다.
보건당국, 수사당국도 해결하지 못하는 그림자 의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피해를 입은 환자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는 듯하다. 다량의 수면마취제를 맞고 수술을 집도한 의사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성형외과의사회에 그림자 의사의 불법 의료행위로 피해본 환자들의 진정이 적잖이 접수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최종 수사결과가 나왔지만 G성형외과 사건은 아직 검찰에 송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강남 성형벨트의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 중국인,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은밀히 불법 성형수술을 하고 있는 그림자 의사를 처벌하려면 환자 스스로가 나설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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