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지역 美공군작전의 허브, 조기경보기·전투기 등 81대 배치
"주일미군·자위대 작전권 분리, 어느 한쪽이 지휘하지는 않아"
“한반도에 상황이 터지면 미 본토의 전투기들이 이곳을 통해 작전에 투입된다.”
일본 열도 최남단 오키나와(沖繩)에 위치한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에서 2일 만난 주일미군 소속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그는 “경제력과 인구규모가 전세계에서 10위 안에 드는 국가들은 모두 우리 기지의 작전반경에 포함된다”며 “미군의 태평양지역 공군작전에 핵심적인 허브기지”라고 설명했다.
가데나 기지의 작전범위는 아시아와 태평양 전역에 걸쳐 있다. 기지를 중심으로 시간대별로 동심원을 그려 대만(1시간), 한반도 전역(2시간), 인도차이나반도(3시간), 몽골과 말레이시아(4시간), 러시아와 인도(5시간)에서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남북간 교전상황이 발생할 경우 1시간30분 정도면 출격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방대한 지역을 작전영역으로 둘 수 있는 배경은 월등한 전력이다. 기지 안에는 54대의 F-15C/D전투기와 15대의 공중급유기, 2대의 조기경보통제기 등 총 81대의 항공기가 배치돼 있다. 다른 관계자는 “공중급유기 1대로 최소 10대의 F-15전투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차하면 모든 전투기를 동시에 띄울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공군이 60대의 F-15K를 보유하고 있지만 공중급유기가 없어 일부만 작전에 투입되는 상황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기지를 찾은 날 활주로 주변에서는 뜨고 내릴 차례를 기다리는 F-15전투기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현존 최고의 전투기로 불리는 F-22(랩터)나 B-2ㆍB-52 폭격기가 대북 경고차원에서 한반도로 출격할 때 거치는 기지도 이곳 가데나다. 북한은 이 같은 증원전력이 투입되는 것에 상당히 거칠게 반응하곤 했다. 다만 기지 관계자는 “F-22가 언제 한반도로 오갔는지 아는 바가 없다”고 입을 닫았다.
주일미군은 지난 4월 가데나 기지와 도쿄 외곽의 유엔사 병참기지인 요코다(橫田) 공군기지의 항공전력을 대거 동원해 일본 항공자위대와 합동훈련을 펼쳤다. 한 관계자는 “주일미군과 자위대는 전시건, 평시건 작전통제권이 서로 분리돼 있다”며 “긴밀하게 협조할 뿐 어느 한 쪽이 지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전작권 전환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오키나와=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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