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카공화국은 인종차별로 악명이 높았다. 흑인과 백인을 철저히 구별하는 정책 ‘아파르헤이트’가 남아공을 대변하던 시절이 있었다. 소수 백인이 다수 흑인을 강압적으로 지배하며 세계의 오랜 비난을 불렀다. 아파르헤이트는 세계적인 인권운동가 넬슨 만델라의 투쟁을 낳았고 1994년 폐지됐다. 하지만 아직도 아파르헤이트가 살아남아 있는 곳이 남아공에는 존재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남아공 백인들이 오직 백인들만을 위해 만든 공동체 마을 오라니아 탐방기를 최근 소개했다.
오라니아의 인구는 1,000명 남짓이다. 공동체는 1991년 만들어졌다. 1990년 만델라가 석방된 직후다. 아파르헤이트 폐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백인들의 불안감이 오라니아를 낳았다. 설립 주도자 카렐 보쇼프 시니어의 신분부터 남다르다. 그는 아파르헤이트 정책의 설계자인 헨드릭 버워드의 사위다. 보쇼프 시니어의 아들 카렐 보쇼프 주니어는 대를 이어 마을의 지도자로 일하고 있다.
인구가 얼마 안 되는, 조용하고 조그마한 마을이나 남아공과 다른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백인만을 위한 공간인 만큼 흑인은 매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출입금지다. 도로 공사 등을 위해 외부 일꾼이 와도 백인이라는 기본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자체적으로 발행한 화폐를 사용하고 있기도 한다. 오라니아 화폐는 남아공 화폐인 란드에 연동돼 있다. 남아공에 속한 지역일 뿐 소국이라 칭해도 무리가 아니다.
오라니아 주민들이 아파르헤이트의 정신을 이어 받으며 남아공 안에서 독립 아닌 독립을 유지하는 표면적 이유는 하나다. “(우리들의) 문화가 (흑인문화에 섞여)희석될까 두렵기 때문”(보쇼프 주니어)이다. 보쇼프 주니어는 “우리는 새로운 남아공에 쉽게 맞추질 못한다”며 “이 마을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싶지도 않고, 다른 사람에 의해 지배당하고 싶지도 않는 것에 대한 응답”이라고 말했다.
오라니아는 겉으로는 평화롭고 백인의 단결된 모습을 비추나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감추진 못한다. 젊은이들은 BBC 취재진에 다가와 흑인 위주 정책으로 돌아가는 남아공의 현실에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한 젊은이는 “역 인종차별 때문에 우리는 취업할 수 없다”며 “마치 과거 때문에 벌을 받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다른 젊은이도 비슷한 불만을 토로했다. “아파르헤이트는 내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지도 못했던 일 때문에 짜증나는 상황을 겪고 있다.”
라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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