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사법부인 호계원이 선학원 이사장인 법진 스님의 멸빈을 확정했다. 멸빈은 승려의 신분을 없애 세속으로 돌려 보내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이로써 선학원 사태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호계원은 종단 내 모든 법인의 등록을 의무화한 법인관리및지원에관한법(법인관리법)에 반발해 제적원을 낸 법진 스님의 징계를 7일 확정했다고 밝혔다. 법진 스님은 앞서 9월 15일 초심호계원에서 해종 행위 혐의로 멸빈의 징계를 받았으나 10월 2일까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징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법진 스님은 종단 승려로서 권리와 자격을 모두 상실하게 됐다. 이번 결정을 통해 해종 행위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조계종은 법진 스님 외에 선학원의 다른 이사들도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조계종이 법인관리법을 마련해 사찰보유법인과 사찰법인 등을 종단의 테두리 안에 두려는 것에 선학원이 반발하면서 비롯됐다. 조계종 내 재단법인이면서도 독립된 위상을 갖고 있는 선학원은 “법인관리법의 규제를 받으면 법인 이사회가 허수아비가 되고 조계종 중앙종회가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선학원은 만공 스님 등이 일제의 사찰령에 반대해 민족불교를 수호하자는 뜻에서 만들었으며 현재 300개의 분원과 200개의 포교원을 두고 있다.
선학원은 조계종의 조치에 맞서 1일 승적 및 신규 사찰 등록업무를 시작하는 등 강경 대응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선학원 측은 “조계종이 법인관리법 제정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면서 “조계종 현 집행부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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