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인천아시안게임 성과를 호재 삼아 축제 분위기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저기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을 초청해 환영 연회를 열고 있다. 선수단 귀환 다음날인 6일 노동당 중앙위원회의와 국방위원회가 함께 선수단을 환영하는 연회를 개최했다. 북한 권력 중추인 두 기관 이름으로 연회를 베푸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는 아시안게임 폐막식 날 깜짝 방남을 했던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ㆍ김양건 당 비서 등 실세 3인을 비롯 당과 군의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 연회에서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인 최룡해는 선수들의 쾌승이 “조선 속도 창조의 불길 드높이 강성국가 건설에 떨쳐나선 군대와 인민을 고무추동한 전인민적 대경사”라고 했다. 아시안게임 성과를 생산 향상 등 경제적 성과로 이어가려는 의도가 읽힌다. 노동신문은 7일 탄광광부들이 잇단 승전 소식에 석탄 생산계획을 초과달성 했다며 “온 나라에 휘몰아치는 체육열풍이 안아온 증산의 불길”이라고 한껏 분위기를 띄웠다. 함경남도 일대 기업소들의 증산 성과를 지칭하는‘함남의 불길’과 같은 새 증산운동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8일 인천아시안게임을 결산하는 기획에서 북한 선수들이“조선 열풍”을 일으키며 체육발전 수준을 전세계에 과시했다고 평했다. “체육강국을 지향하는 조선은 이 대회를 통해 비약적인 발전 면모를 뚜렷이 과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금메달을 딴 여자축구 대표팀을 소개하며 “전문가들과 애호가들을 감동시켰다”고 했고, 금메달 4개와 세계신기록 5개를 작성한 역도팀의 성적은 “기적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 선수들이 거둔 성적을 한껏 띄운 뒤에는 예외 없이 “김정은 동지의 영도 덕”으로 이어진다. 김정은이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직후부터 ‘체육강국’의 비전을 제시하며 체육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본인이 스포츠광이기도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거둔 체육 성과를 통해 민족주의를 고취하고 체제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가 더 클 것이다. 그러나 인천아시안게임 선전의 공로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무대에서 정작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키운다. 변고일까 아니면 극적 효과를 노린 연출일까.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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