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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입법의 필요성

입력
2014.10.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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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설계사, 학습지 교사, 택배 기사, 골프장 캐디가 일반 근로자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형식적으로는 기업 밖에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기업에 종속돼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돼 근로자와 비슷하게 노무를 제공하는데도 노동법 등을 적용받지 못한다. 즉 종속의 정도는 비슷하지만 법적 보호에서 배제돼 있다는 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근로자의 차이점이고 문제 상황이다.

한국 사회는 그 동안 이들의 존재와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보호 입법을 제정하지 않았다. 이렇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노동법적 방임 상태에 두는 것은 헌법 질서에 부합하는 기업 활동을 억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 나아가 노동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자존감을 지탱하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한다. 이는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사회ㆍ경제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뒤 다양한 직종으로 확대돼 왔다. 원인으로는 세계화 등 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른 비전형적 고용 형태의 확산, 취업구조의 변화 및 기업의 경영전략 등을 들 수 있다. 기업이 근로자 대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사용하는 것은 경제적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기업에게 노동 비용의 유연화뿐만 아니라 조직과 재무적 유연화를 가능하게 한다. 기업은 이들의 노동을 이용해 이윤을 획득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노동법적 책임은 지지 않고 퇴직급여, 사회보험 등의 부담에서 벗어나 이들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

기업이 합법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노무계약을 하는 이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다양한 직종으로 확대되는 것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입법적 방임은 단순히 나쁜 일자리의 확대뿐만 아니라 시장 경쟁을 왜곡하고 사회보험 제도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확대는 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을 유발한다. 기업이 근로자를 고용하면 임금뿐 아니라 퇴직급여와 유급 휴가ㆍ휴일 등 부가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쓸 경우 기업은 이런 부담에서 벗어나 적은 비용으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 근로자를 쓰는 기업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쓰는 기업이 경쟁할 경우 전자(前者)는 도태되기 쉽다. 이런 결과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기업으로선 당연히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존 조직을 개편할 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마련이다. 공동체가 이런 상황을 묵인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관한 보호 방안의 시행을 주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가 좋은 기업을 시장 경쟁에서 탈락시키고, 그렇지 않은 기업을 장려한다는 것을 뜻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비공식 고용(informal employment)의 일종으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회보험 제도로 편입되지 못한다. 더구나 이들 대부분이 저임금 일자리에 있으므로 퇴직 이후 빈곤층으로 전락해 공공부조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장기적으로 사회보장 재정의 불안 요소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젊은 시절 성실하게 일한 사람이 자신의 소득으로 스스로의 노년을 대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 입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때 우선돼야 할 것은 다양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직종을 포괄할 수 있는 일반적인 범주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단체를 결성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를 제공해야 한다. 이것은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중소기업기본법’ 등 각종 기업 보호 법률에서 소기업 또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나아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기본적인 근무조건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의 의무 가입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사회보험료의 지원 방안 등을 통해 보호 입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 중 일부를 부담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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