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명예박사 무라야마 전 日총리
“일본인 다수는 전쟁의 만행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무라야마 담화는 앞으로도 계승될 것입니다.”
9일 서울 숭실대 베어드홀 대회의실에 무라야마 도이치(90ㆍ村山富市ㆍ사진) 전 일본 총리의 낮지만 분명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숭실대가 무라야마 전 총리에게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자리에서다. 숭실대는 무라야마 전 총리가 2차대전 당시 일본의 만행을 정직하게 사죄한 것을 평가해 학위 수여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연설에서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의 무라야마 담화 부정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일본에도 사상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현 정부나 일부 국민들이 담화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도 “주권을 가진 국민 다수가 계승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 약속을 지켜나갈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또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정부의 개입이나 강제 동원 등을 조사해 볼 수는 있겠지만 일본인들은 과거 위안부 만행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배상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나서 배상할 것”이라고 해 고노담화 계승 의지도 분명히 했다.
최근 아베 정권의 집단적자위권 행사 결정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다시 밝혔다. 그는 “헌법 해석 변경으로 전쟁을 준비하는 움직임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며 “각료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라도 국민들의 의견이 수렴된 오랜 논의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한 정상회담 개최도 촉구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협력을 통해 상호 발전해야 할 양국이 정상회담조차 열지 못하는 것은 불행”이라며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역사문제는 정상들이 만나야 해결방안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8월 15일 2차대전 종전 50주년을 맞아 “일본은 잘못된 국가정책으로 전쟁에 나가 아시아 여러 국가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주었다”며 “통절한 반성을 통해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의 이사장으로 2000년부터 활동 중이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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